[Y-파일] (신세대 문화 엿보기) '젊음의 거리 대학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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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시스템이 우연적인 계기로 진화.강화되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상태로 변화된다"는 복잡계(Complex System)의 원리.
대학로는 우연한 여러가지가 얽히고 설켜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복잡계의
원리를 가장 잘 설명해준다.
애초에 대학로는 낭만과 자유를 위해 만들어놓은 대학생들의 거리였다.
연극공연이 있었고 각종 문화행사가 젊은이들을 유혹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무리는 너무도 다양하다.
저녁무렵부터 교복차림 그대로 가방을 둘러멘 중.고등학생이나 근처의
대학생은 물론이고 넥타이부대도 이곳을 기웃거린다.
마로니에 공원의 한쪽 옆에서는 깻잎머리를 한 T고등학교 3학년생 10여명이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고 있다.
힙합바지 차림인 이들은 언타이틀의 "날개"에 맞춰 가수 뺨치게 춤을 춘다.
그 옆에서는 길거리 농구가 한창이고 조금더 지나면 통키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이들도 자리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중퇴했다는 김모(19)군은 "다른데서 춤춘다면 이상한 놈으로
보지만 여기는 누구도 간섭하지 않아 춤을 좋아하는 애들이 하나 둘 모였다"
며 저녁 8시부터 새벽 4시까지 또래와 어울려 춤추고 얘기하며 논다고 말
했다.
후미진 한켠에서는 대학생인듯한 젊은 연인이 서로 몸을 껴안고 있다.
K대 1학년인 정모(20)양은 "중.고생때는 대학생들이 노는게 부러워 이곳에
왔고 대학생이 되고보니 돈 없이도 앉아있을 수 있어 계속 온다"고 털어
놓는다.
삐끼들로부터 자유롭고자 길거리 포장마차를 가득 메운 넥타이부대들과
젊음을 느끼겠다고 이곳 저곳 기웃거리는 아저씨들도 대학로 복잡계를
구성하고 있다.
서울대의대 쪽 길가에 자리한 "학림".
다방으로 60년대부터 전통을 이어왔던 이곳도 90년대 들어서는 자본의
논리에 밀려서인지 퍼브레스토랑으로 바뀌었다.
나무장식과 클래식음악은 그대로이지만 벌어진 술판은 이곳의 성격에 대해
복잡한 생각을 갖게 한다.
학림 뒤편으로 들어가보면 각종 음식점이 자리하고 있지만 불황때문인지
궂은 날씨때문인지 손님이 뜸하다.
단지 성균관대 가까이 자리한 소주방만이 싼곳을 찾는 대학생들로부터
점령당한 상태.
길건너편 극장가쪽에는 탁트이고 환한 고급 카페와 술집들이 자리하고
있다.
도로하나 차이지만 서쪽편은 비교적 허름한 업체들이 자리하고 동쪽편은
대체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비교적 순수성을 간직한 이곳은 단란주점이나 룸살롱 등 퇴폐업소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술집과 카페가 12시께에는 문을 닫기 때문에 "주사파"들은
장충동 신촌 등으로 자리를 옮기고 남는 것은 10대 폭주족과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일부에 불과하다.
간혹 패싸움이 벌어지기는 하지만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고.
대학로를 대학로답게 했던 연극공연도 변모하고 있다.
"등신과 머저리"를 연장공연중인 곤이랑아트홀의 정모씨는 "주말이면
거리가 사람들로 꽉차지만 공연장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적다"며 예년에
비해 관객수가 30%정도 줄어들었다고 푸념을 늘어 놓는다.
불황으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점도 있겠지만 신세대들이 정통파
연극을 외면하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학전그린소극장에서 공연중인 "모스키토"처럼 관객이 몰리는 곳도
있다.
록밴드를 동원하고 춤과 튀는 대사를 엮어 여러가지를 동시에 복합적으로
즐기는 신세대들의 감각을 맞춰줄 수 있었다.
돈을 벌겠다는 상업적 목적과 표현의 자유라는 수단을 꿰맞춘 외설연극도
공연문화의 복잡성을 일부 설명해준다.
심심찮게 열리던 문화행사도 최근에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제 문화공간의 많은 부분을 영화관이나 술집 노래방 24시간편의방 등이
차지하고 있다.
연극공연이 사람들을 대학로로 불러모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사람들이
모이면서 이제는 공연보다는 자기들만의 즐거움을 찾는 곳이 되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각종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변모한 대학로는 더욱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며 또다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 정태웅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일자).
상태로 변화된다"는 복잡계(Complex System)의 원리.
대학로는 우연한 여러가지가 얽히고 설켜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복잡계의
원리를 가장 잘 설명해준다.
애초에 대학로는 낭만과 자유를 위해 만들어놓은 대학생들의 거리였다.
연극공연이 있었고 각종 문화행사가 젊은이들을 유혹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무리는 너무도 다양하다.
저녁무렵부터 교복차림 그대로 가방을 둘러멘 중.고등학생이나 근처의
대학생은 물론이고 넥타이부대도 이곳을 기웃거린다.
마로니에 공원의 한쪽 옆에서는 깻잎머리를 한 T고등학교 3학년생 10여명이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고 있다.
힙합바지 차림인 이들은 언타이틀의 "날개"에 맞춰 가수 뺨치게 춤을 춘다.
그 옆에서는 길거리 농구가 한창이고 조금더 지나면 통키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이들도 자리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중퇴했다는 김모(19)군은 "다른데서 춤춘다면 이상한 놈으로
보지만 여기는 누구도 간섭하지 않아 춤을 좋아하는 애들이 하나 둘 모였다"
며 저녁 8시부터 새벽 4시까지 또래와 어울려 춤추고 얘기하며 논다고 말
했다.
후미진 한켠에서는 대학생인듯한 젊은 연인이 서로 몸을 껴안고 있다.
K대 1학년인 정모(20)양은 "중.고생때는 대학생들이 노는게 부러워 이곳에
왔고 대학생이 되고보니 돈 없이도 앉아있을 수 있어 계속 온다"고 털어
놓는다.
삐끼들로부터 자유롭고자 길거리 포장마차를 가득 메운 넥타이부대들과
젊음을 느끼겠다고 이곳 저곳 기웃거리는 아저씨들도 대학로 복잡계를
구성하고 있다.
서울대의대 쪽 길가에 자리한 "학림".
다방으로 60년대부터 전통을 이어왔던 이곳도 90년대 들어서는 자본의
논리에 밀려서인지 퍼브레스토랑으로 바뀌었다.
나무장식과 클래식음악은 그대로이지만 벌어진 술판은 이곳의 성격에 대해
복잡한 생각을 갖게 한다.
학림 뒤편으로 들어가보면 각종 음식점이 자리하고 있지만 불황때문인지
궂은 날씨때문인지 손님이 뜸하다.
단지 성균관대 가까이 자리한 소주방만이 싼곳을 찾는 대학생들로부터
점령당한 상태.
길건너편 극장가쪽에는 탁트이고 환한 고급 카페와 술집들이 자리하고
있다.
도로하나 차이지만 서쪽편은 비교적 허름한 업체들이 자리하고 동쪽편은
대체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비교적 순수성을 간직한 이곳은 단란주점이나 룸살롱 등 퇴폐업소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술집과 카페가 12시께에는 문을 닫기 때문에 "주사파"들은
장충동 신촌 등으로 자리를 옮기고 남는 것은 10대 폭주족과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일부에 불과하다.
간혹 패싸움이 벌어지기는 하지만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고.
대학로를 대학로답게 했던 연극공연도 변모하고 있다.
"등신과 머저리"를 연장공연중인 곤이랑아트홀의 정모씨는 "주말이면
거리가 사람들로 꽉차지만 공연장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적다"며 예년에
비해 관객수가 30%정도 줄어들었다고 푸념을 늘어 놓는다.
불황으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점도 있겠지만 신세대들이 정통파
연극을 외면하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학전그린소극장에서 공연중인 "모스키토"처럼 관객이 몰리는 곳도
있다.
록밴드를 동원하고 춤과 튀는 대사를 엮어 여러가지를 동시에 복합적으로
즐기는 신세대들의 감각을 맞춰줄 수 있었다.
돈을 벌겠다는 상업적 목적과 표현의 자유라는 수단을 꿰맞춘 외설연극도
공연문화의 복잡성을 일부 설명해준다.
심심찮게 열리던 문화행사도 최근에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제 문화공간의 많은 부분을 영화관이나 술집 노래방 24시간편의방 등이
차지하고 있다.
연극공연이 사람들을 대학로로 불러모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사람들이
모이면서 이제는 공연보다는 자기들만의 즐거움을 찾는 곳이 되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각종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변모한 대학로는 더욱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며 또다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 정태웅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