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법 위반 사범이 물품을 압수당한 날로부터 4개월이 지나도록 세관에
출두하지 않거나 도주했을 경우 별도재판이나 절차없이 압수품을 곧바로
국고에 귀속시키도록 한 관세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재의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주심 김문희 재판관)는 30일 부산지법이
무역업자 황윤봉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낸 위헌제청사건에서 "관세법
215조 등은 헌법이 규정한 적법절차 및 무죄추정 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압수품 국고귀속은 실질적으로 몰수형 선고와
같다"고 전제, "해당 관세법 조항은 일정요건이 충족되면 유죄판결
확정전에 별도의 재판 및 청문절차 없이도 압수품을 곧바로 국고
귀속시키도록 하고 있어 적법절차와 무죄추정 원칙을 규정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황씨는 지난 92년 중국산 흑참깨 30t을 밀수입하려한 혐의로 세관에
적발돼 기소됐다가 95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자 부산세관이
압수해 국고에 귀속시킨 흑참깨 대금 1억3천여만원을 반환해 달라며
부산지법에 소송과 함께 위헌제청 신청을 냈었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