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산업의 성패는 소비자의 마음을 얼마나 잘 읽느냐에 달렸습니다.

소비자의 취향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잠시라도 방심하고 한 곳에 안주하면 금방 결과로 나타나죠.

흐름을 한발 앞서 포착하고 쉴새없이 변하는 현실에 적응하는 것이
패션업계 종사자의 가장 큰 임무입니다"

(주)데코 (대표 정운철) 2사업본부장 이재성 전무(46)는 패션사업의
가장 큰 어려움은 경험과 연륜이 장점으로만 작용하지 않으며 햇수가
쌓일수록 더욱 긴장해야 하는 점이라고 말한다.

감각과 젊음을 무기로 한 후발업체들이 수위를 차지한 최근에는 이 말이
더욱 절실하다.

78년 창립, 80년 출범시킨 "데코"를 대표적인 여성의류로 키우고
"아나 카프리" "텔레그라프" 등을 개성있는 브랜드로 만든 (주)데코 또한
이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데코의 96년 총 매출은 1천2백억원.

2사업본부의 "텔레그라프"와 "아나 카프리"만 해도 매출이 각각
1백50억원과 1백80억원에 이른다.

매출 1천억원을 넘겨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받는 데코는 지금
대대적인 리뉴얼작업에 들어갔다.

"패션사업의 핵심은 매출보다 이미지입니다.

고유한 컨셉트를 인정받지 못하면 막대한 매출이 내일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죠.

순발력을 잃지 않기 위해 의사결정체계를 바꾸고, 원단 구입처럼 제품을
규정하는 주요 요소의 결정권을 간부진에서 현장 실무자에게 넘길
계획입니다"

이 점은 개별 브랜드도 마찬가지.

런칭 (91년) 당시 "아나 카프리"의 컨셉트는 오트쿠튀르 룩을 기성복
감각으로 풀어낸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장식적인 예복으로 이미지가 바뀌었다.

흐트러진 컨셉트를 정비할 시간이 됐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숙녀복만 고집하지 않고 10대용 캐주얼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10대가 패션의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데 대한 대응이다.

미국산 힙합 편집매장 "사일로"를 만든 것은 그 전초작업.

이 전무는 제일모직 (79~85년 파리지사) 유화패션 (아라모드) 대현
(씨씨클럽 런칭팀장)을 거쳐 92년부터 데코에서 일하고 있다.

88년 "아라모드"를 맡아 매출을 그 전해의 3배로 올리는 데 한몫 하는 등
손댄 브랜드마다 성공시킨 "패션계 황금 손"의 한 사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