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노력을 강력히 요구하고 자금지원은 최소화한다"

28일 열린 대농그룹 27개 채권은행 대표자회의에서 나온 결과다.

대농그룹의 주거래은행인 서울은행은 "대농그룹이 자구차원에서 모두
17개 계열사를 내년말까지 매각할 것임을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매각대상 계열사가 늘어난 것과 관련, 서울은행 이동만 상무는 "당초
대농측에서 6~10개사 정도를 매각하겠다고 밝혀 왔으나 은행측이 보다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요구함에 따라 이처럼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대농그룹이 단행할 자구규모는 모두 7천4백억원으로 공과금과 세금을
제외할 경우 6천4백억원에 해당한다.

서울은행등 채권은행들은 그러나 진로그룹이 미도파 5백2억원 대농
2백85억원등 모두 7백87억원의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미도파 1백2억원
대농 57억원등 1백59억원만 지원하기로 했다.

요청금액에 비해 무려 6벡30억원이 깎인 셈이다.

지원기한은 채권행사가 유예되는 8월27일까지.

자금도 대농그룹측이 재산처분위임장 주식처분각서 구상권포기각서등
무조건부형태의 경영권포기각서를 제출해야만 지원할 수 있다는게
채권은행단의 생각이다.

진로에서보듯 경영권포기각서의 형태를 둘러싼 공방은 벌이기 싫다는
포석이다.

지원액이 예상보다 작아지긴 했으나 포기각서를 받아야만 돈을 내주겠다는게
은행측의 입장이다.

채권행사 유예기간중 서울은행은 한국신용정보에 기업실사를 의뢰, 결과가
나오는대로 대표자회의를 다시 열어 4개사의 처리방향을 확정하기로 했다.

서울은행은 대농그룹의 자구이행 속도가 상당히 빠른 점을 감안할 때
4개사의 조기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농그룹은 이미 미도파푸드시스템을 대한종금에 8백30억원에 팔았으며
대농유화는 (주)용산에, 대농창투는 종근당에 각각 2백50억원과 69억원에
넘겼다.

불과 한달사이에 1천2백억원규모의 자구를 단행한 것이다.

관계자들은 3개월간의 채권행사유예로 인해 대농의 채무상환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인건비 진성어음결제 외상매입금지급등의 재원은 현재
충분히 확보된 상태로 봐도 괜찮다고 진단한다.

일부 관계자들은 심지어 "대농이 이 상태대로 자구를 단행하면 굳이
경영권포기각서를 내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을 내놓는다.

그러나 대농중공업과 메트로프로덕트의 경우 기업내용과는 상관없이 단지
미도파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정상화대상기업으로 지정된
상태여서 기업평가가 어떻게 나올지가 변수다.

만약 신용평가사가 두 기업의 앞날을 "부정적"이라고 평가한다면 대농그룹
은 사실상 그룹형태가 해체된채 대농 미도파등 두개 주력기업만으로 갱생
해야 할지도 모른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