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4년동안 증권외길만을 고집해온 대우증권 김창희 사장(61).

64년 증권거래소를 시작으로 한국투자공사(증권감독원 전신), 동양증권
(대우증권 전신)을 거쳐 현재 대우증권 사장직을 14년째 맡고 있다.

오로지 증권업무에만 종사해온 그가 최근 해외에서 "은행"이라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그것도 금융시장이 발달해 있는 선진국이 아니라 루마니아 우즈베크 등
동구권으로 진출하고 있다.

"세계경영"을 표방하고 있는 대우그룹의 해외금융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창희 사장을 만나봤다.

[ 만난사람 = 현승윤 증권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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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이 최근 루마니아에 이어 우즈베크공화국에도 은행을
설립했습니다.

사회주의를 표방했던 이들 국가의 금융환경은 어떻습니까.

"루마니아는 88년 민주주의혁명이후 자본주의 사회로 옮겨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음식점이나 가게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었고 수표거래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은행에 줄이 늘어섰고 술을 마시기 위해 돈다발을 넣고 다니는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즈베크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산업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금융업도 낙후된 상태입니다"

-국내금융기관이 진출하지 않은 곳이 아직 많은데 굳이 동구권에 진출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남들이 가지않는 곳에 가야 한다는 것이 대우그룹의 철학입니다.

선진국 시장에 진출하는게 어려운 상황입니다.

남들이 가지않은 시장을 먼저 개척해야 그 나라에서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루마니아 등 동구권의 경제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봅니다"

-대우증권이 외국에서 증권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은행을 만드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동구권에서는 금융업간 구별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89년 설립한 헝가리은행의 경우 처음에는 모든 금융업무를 할 수 있는
종합금융회사(머천트뱅크)로 출발했는데 2년후 여러가지 금융업중 한가지
업무만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은행이 됐지요.

체코에서는 리스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손쉬워 리스회사를 만들었고
루마니아에서는 은행이 모든 금융업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으로 시작한
것입니다"

-앞으로 은행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입니까.

"지점이 많지 않아 도매금융 위주로 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해외 금융업을 하기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리스크)관리능력입니다.

환율과 금리가 불안한 상황에서 위험회피(리스크헤지)를 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금융기관을 설립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인허가를 받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아직까지 규제가 많아 루마니아의 경우 은행을 설립하는데 1년정도
걸렸습니다.

은행이 들어설 수 있는 안전한 건물을 찾기 힘들었던 것도 어려움중
하나였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해외금융기관을 설립할 계획인지요.

"동구권과 구소련지역 국가들을 위주로 진출할 생각입니다.

우크라이나공화국 파키스탄 등에도 금융기관을 설립할 계획입니다.

은행과 증권 리스 종합금융 등으로 전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장기비전입니다.

동구권에서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고 봅니다"

-현지에서 근무할 인력은 어떻게 확보하고 있습니까.

"대우증권 직원과 은행근무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뽑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원칙은 현지화입니다.

대표역할을 하는 은행장과 대출관리 영업 총무분야에서 근무할 수 있는
3~4명을 한국에서 보내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채용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벌이고 있는 은행사업을 발판으로 국내 은행업으로도 진출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는데요.

"어차피 국내에서도 금융기관간 영역구분은 사라질 것입니다.

해외에서 습득한 은행업 노하우가 국내에서 금융업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대우증권은 오는 2005년 세계5대 금융회사로 성장한다는 장기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미 금융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선물회사를 설립했고 리스회사나 은행도
자회사 형태로 생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융업에서 좋은 인재들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 하는 문제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대우그룹이 남달리 해외금융쪽에 강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대우증권 현지법인들이 해외에 나가있는 대우그룹의 자금줄역할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룹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자금조달은 그룹내 국제금융관련 부서에서 직접
맡고 있습니다.

대우그룹에 금융업에 정통한 사람들이 많지만 대우증권과의 인적교류는
거의 없는 편입니다.

김우중 대우그룹회장께서 직접 그룹의 자금조달을 관장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제가 알고 있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동구권의 경우 대우증권 현지법인이 대우그룹 기업들에게 어느정도 직접
및 간접금융을 제공하는데 역할을 할 것입니다"

-국내 증권사중 대우증권이 해외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에서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증권회사 설립자유화와 수수료율 자율화 등으로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이란 얘기가 있는데요.

"금융규제완화에 따른 경쟁격화로 증권회사들의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무리한 약정경쟁으로 증권회사간 출혈경쟁을 벌이다가는 모두 쓰러질 수
있습니다.

수익성과 경영효율을 중시하는 정도경영만이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국내외에서 직접금융을 조달하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다는 계획입니다.

대우증권은 현재 3천4백여명이었던 직원수를 현재 2천4백명 수준으로
줄이고 전산화를 추진하면서 경쟁력을 갖추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국내경제가 침체되면서 부도기업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대우증권도 한보부도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35년동안 증권업계에 종사하면서 가장 뼈아팠던게 한보부도에 따른 부실
채권 발생이었습니다.

3년전만 해도 은행과 증권사들이 서로 보증업무를 따내려고 경쟁하던
때였습니다.

한보가 발행하는 회사채의 주간사회사가 되기위해 많은 증권사들이 경쟁에
참여했고 최종으로 대우증권을 포함한 3개사가 남았습니다.

여러가지 어려움속에 대우증권이 결국 보증업무를 따내 1천억원 상당의
회사채를 보증했습니다.

만기가 지난 4월1일이었는데 당시에는 부도가 날지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증권사의 회사채보증 업무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많은데요.

"현재 멀쩡한 회사가 앞으로 3년후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진로그룹이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을지 3년전에 누가 알 수 있었겠습니까.

대우증권은 3년만기 회사채보증 업무를 중단했습니다.

증권회사의 고유업무가 아니라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정치상황이 불안하고 경제도 어렵기 때문인지 주식시장이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결방법은 없을까요.

"앞으로 한두달 안으로 정치문제는 마무리될 것으로 봅니다.

경제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내실있는 기업은 아직까지도 많습니다.

엔화강세 기미가 보이자 조선 자동차 전자 등은 벌써 살아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문제는 일반투자가들이 주식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입니다.

외국투자가들에게 헐값으로 주식을 매각하는 사태는 국부의 유출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장기보유자에 대한 세제혜택과 근로자주식저축한도 확대 등 제도적인
보완을 통해 일반투자가들이 주식시장에서 건전하게 재산을 증식할 수
있도록 해야만 국내주식시장이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게 저의 생각합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