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뭇 야유조다.

죽을 것 같이 힘든 것을 참고 지영웅은 거칠게 수화기를 받는다.

"술먹은 개라더니,정말 더러워 미치겠군. 나와 누님이 그렇고 그런
사이오 아니오? 대답좀 해요 누님"

갑자기 어처구니가 없는 영신은 순간 지코치네 방 분위기를 파악한다.

"무슨소리예요? 알겠어요.

그래 봐야 보복이나 당하니까 탱고의 집으로 구경이나 가요.

내일이면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떠나게 되어 있으니까, 오늘 밤에는
탱고나 추러가요.

혈기로 싸우면 지코치가 지는 거야"

볼부은 소리를 하던 지영웅은 흘기는 사나운 시선으로 민 가이드를
째려보면서, "누님, 나는 기분나쁜 일 당하고 그대로는 못 지나가요.

아니 나를 이 가이드친구가 골프제비로 보는 모양이니, 이걸 그냥
지나갈 수가 없습니다.

내가 골프 코치지 제비요? 누님, 말좀 해봐요.

이러고도 탱고의 집에 갈 수가 있어요.

나는 못 갑니다.

썩어버릴 눔을 혼내주지 않곤 아무 것도 못 해"

그의 험악한 본성이 터져 나온다.

그때야 사태가 심각한 것을 눈치챈 영신은 수습에 나서기로 한다.

"잠깐만 기다려요. 내가 그리로 갈게. 306호실지이요?"

"아뇨. 누님, 오지 말아요. 내가 아구통을 돌려놓을 거니까"

그는 어느새 수화기를 내던지고 주먹을 불끈 쥐며 숨을 몰아쉰다.

한발짝 멀리 피해 선 민 가이드는, "지형 갑자기 왜 그래요. 술먹은
김에 미친 소리 한번 한건데. 아니면 그만이지"

덩치로 봐서 아무래도 예삿놈은 아닌데, 잘 못 건드린 것 같다.

"야, 이 쓰레기 같은 놈아. 네가 관광객을 등쳐! 설사 우리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 하더라도 모른척 하는게 예의지. 그래 얼마나 주면 입을
봉하겠다는 거야? 공갈협박죄가 뭔지나 알아? 이 여우같은 놈아"

그는 면상을 갈길듯이 민 가이드를 방구석으로 몰고가 씩씩거린다.

살기등등 하다.

"너 쇳덩어리 같은 주먹맛 한번 볼래?"

이때 문이 급히 열리며 김영신이 달려들어 지영웅을 뒤에서 잡아당긴다.

말린 새우같이 웅크리고 있던 민 가이드가 취한 김에 주춤하는 지영웅의
얼굴을 향해 한펀치 날린다.

그러자 지영웅이 민 가이드를 번쩍 들어서 침대에 메다꽂는다.

"요 쥐새끼 같은 놈, 네가 덤벼본다구?"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