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에서 가장 싸게 팝니다'' ''전국에서 제일 싸게 팝니다'' ''우리보다
더 싸게 파는 곳을 알려주면 차액만큼 돌려주거나 사음품을 드립니다''

평소에도 시중가격보다 30%이상 싸게 파는 할인점들이 최저가를 기치로
내건 또다른 형태의 ''가격파괴전쟁''에 들어갔다.

지난 94년 10월 국내 최초의 대형 할인점(E마트 창동점) 개설로 촉발된
제1차 가격파괴전쟁에 이어 제2차 가격파괴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물론 그동안도 국지전은 있었다.

하지만 최근처럼 최저가를 추구하는 사생결단의 전면전은 아니었다.

원가의 개념도 아예 없다.

날만 새고 나면 경쟁업체보다 단 1원이라도 내린다.

''이익이 안나도 좋으니 일단 고객을 확보하고 보자''는 식의 출혈경쟁이다.

제2차 가격파괴전쟁의 최전선은 할인점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는
분당지역.

선전포고는 이번에도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E마트가 먼저 했다.

E마트는 지난 9일 분당지역에서 "더 싸게 파는 곳이 있으면 차액을 돌려
준다"고 선언했다.

일명 "최저가보상제"다.

구입한지 3일이내에 다른 업체에서 구입한 영수증을 함께 제출하면 차액을
보상해 준다.

지금까지 10건의 차액보상이 이루어졌다.

최저가보상제는 원래 미국의 최대 할인점인 월마트가 도입해 유통업계의
가격혁명을 이룬 기법이다.

E마트가 이 "신병기"를 들여다 가격파괴전쟁의 최전선에 투입한 것이다.

분당지역에서 E마트와 맞서고 있는 킴스클럽은 "최저가신고제"로 반격에
나섰다.

분당점 성남점 서현점등 분당지역 3개 킴스클럽 점포의 가격이 다른 점포
보다 비싸다는 사실을 신고해 오면 1천원의 사은품을 준다는게 골자다.

보상기간도 일주일로 E마트의 3일보다 길다.

가격이 더 싸다고 알려만 주면 무조건 사은품을 준다.

영수증을 굳이 내지않아도 된다.

회원제 할인매장의 특성을 살려 회원에게는 3%를 구입가격에서 더 깎아
준다.

대형할인점의 가격파괴는 분당지역에 그치지 않고 있다.

전선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최저가격의 비교대상도 같은 상권에 그치지않고 전국의 모든 점포로
넓어지고 있다.

전국에 2천여개의 점포를 갖고 있는 농협의 하나로마트는 매달 15개 정도의
상품을 정해 전국 최저가격판매를 실시하겠다고 가세했다.

서울 양평동에 있는 프라이스클럽 역시 지난 13일 전체 판매품목의 30%에
해당하는 9백개 품목의 가격을 내렸다.

오는 7월까지는 최저가 품목을 전체의 약 70%로 늘릴 계획이다.

LG마트는 고양점에서 매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야채 과일등 10여개의
계절상품을 평소보다 10~30% 싸게 파는 "해피아워제"를 도입했다.

중소형 할인업체들도 2차 가격파괴 전쟁에 뛰어들었다.

생활용품전문할인점 알파와 오메가는 "전국에서 가장 싼 값에 팔고 있으니
더 싼 제품을 사오면 차액을 보상해 주겠다"는 전국최저가격보상제를 19일
부터 실시하고 있다.

전문할인점도 최저가보상제나 바겐세일을 하고 있다.

골프스키용품전문점인 S&S스포츠마트는 이미 올초부터 최저가보상제를
도입해 시행중이고 안경전문할인점인 아이맥스안경은 다음달까지 1백여종의
유명 선글라스를 최고 50%까지 할인판매키로 했다.

할인점들이 불을 댕긴 제2차 가격전쟁으로 소비자들은 싼 값에 물품을
구입할 수있게 돼 가계부담을 덜게 됐다.

유통업체간 가격전쟁은 물가안정에도 크게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1차 가격전쟁때와 달리 부작용도 적지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우선 꼽을 수있는게 제조업체로의 부담전가다.

할인점 입장에서 볼때 싸게 팔기 위해서는 상품을 싼 값에 공급받아야 한다.

제조업체로서는 할인점에 공급하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원가를 더 줄여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게다가 구매력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앞세운 할인점들의 납품가 인하요구로
제조업체들은 이미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여서 2차 가격전쟁은
제조업체들의 존립기반을 크게 흔들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할인점들의 가격전쟁은 유통업계 내부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에서 밀리는 할인점은 도태될 수밖에 없으며 백화점들에 할인점과
경쟁하는 공산품을 대거 걷어치우고 전문백화점으로 가도록 유도할 것이란
설명이다.

게다가 삼성 대우 LG에 이어 현대 롯데등이 할인점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고 해외유명업체중에선 까르푸 마크로에 이어 월마트가 국내시장을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2차 가격전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파괴력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 안상욱.류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