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특약 독점전재 ]

< Putting Korea together again May 16, Economist >

한반도 통일이 예상보다 빨리 이뤄질 전망이다.

최근 북한을 강타하고 있는 식량부족 등 심각한 경제난이 이런 예측을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한반도 통일은 국제정치무대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경제적 파장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그 파장을 정확히 가늠키 어렵다.

따라서 통독과정과 경험은 한반도통일에 하나의 잣대역할을 충분히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통독과정에서 빚어진 잘못들을 거울삼아 보다 효율적으로 통일작업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독일통일은 무척 힘든 작업이었다.

한반도통일은 그러나 그것보다 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프랑크푸르트소재 드레스너 방크의 마크 피아졸로박사가 수집한 몇가지
자료들만 분석해 봐도 당장 알 수 있다.

우선 인구면에서 한반도는 독일에 비해 불리하다.

통일당시 동독 인구는 서독의 4분의 1 수준(1천6백60만명)인데 반해 현재
북한인구는 남한의 절반이상인 2천3백30만명.

또 1인당 국민소득은 동독이 서독의 3분의 1 수준인데 비해 북한은 남한의
10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뿐 아니다.

통일전만해도 동독은 그래도 공산권국가중 잘사는 나라로 알려져 있었다.

막상 통일후에는 상황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나마 외부세계에 비교적 잘 알려진 동독의 사정이 그러했는데 북한은
오죽 하겠느냐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더욱이 외부세계와 고립을 자초한 북한의 수출액규모(95년기준)는 GDP
(국내총생산)의 3%에 불과하다.

또 한국산업은행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산업기술은 20여년전에 개발된
것으로 매우 낙후돼 있다.

통일이후 무엇보다 급선무는 이처럼 피폐된 북한경제를 회생시키는 일이다.

이를 방치할 경우 수많은 북한주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남행을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남한경제에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북한경제살리기에 드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독일정부는 통일후 6년동안 6천억달러를 동독에 투자했다.

양국간 경제규모를 감안한다면 남한이 쏟아부어야할 금액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소재 국제경제연구소(IIE)는 한반도가 2000년에 통일되고 북한의
1인당 소득수준이 남한의 60%에 이른다는 가정아래 산정한 예상금액이
2천4백억달러.

남한 국내총생산액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문제는 투자가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

서독의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동독경제는 여전히 허덕이고 있다.

건설붐에 힘입어 통일후 첫 몇년간은 8%의 견실한 성장을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렇다고 한반도통일에 먹구름만 끼어있는 건 아니다.

우선 통일비용산정에 과대평가된 부분이 있다.

한국의 국민복지수준은 독일보다 낮기때문에 통일비용도 그만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40여년간 전선을 지켜온 수십만의 남북한 병력이 생산활동에 투입
됨으로써 얻는 비용절감도 엄청나다.

무엇보다 최대 장점은 한반도통일이 독일통일이후에 이뤄진다는 것이다.

통독과정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독일이 행한 실수중 하나는 공산체제하에서 국가에 의해 몰수된 재산을
원소유자에게 그대로 되돌려 준 것.

이는 민영화작업과 민간투자의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됐다.

금전적인 보상으로 실물반환을 대신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생산성에 비해 동독근로자에게 높은 임금을 지급한 것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

노조가 앞장서 동서독근로자간 임금격차를 없앴지만 이는 결국 경쟁력약화
고실업률 등으로 동독경제에 커다란 치명타를 날린 셈이다.

한반도통일과정에서도 이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남한정부는 민간기업의 대북투자를 촉진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보다 적극적이고 다각적인 대책을 미리 강구해야 할
것이다.

독일통일을 거울 삼아서.

<정리=김수찬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