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를 기억할 것이다.
"정보기술"은 컴퓨터분야에서 인지과학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의
글들을 심도있게 다루던 월간 전문지였다.
92년 7월에 창간되어 많은 우여곡절속에서도 최신의 정보만을 고집하며
분명한 편집방향을 견지했던 "정보기술"은 지식층 독자들의 많은 호평과
사랑에도 불구하고 자금난때문에 도중 하차해야 했다.
그때 "정보기술"을 만들었던 사람들의 진실한 뜻은 정보기술 분야를
깊이있게 바라보며 읽을 거리를 추구하던 독자들에게 보다 고급의 정보를
충실해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정기회는 당시 발행인이었던 이인식씨를 중심으로 그때의 사람들이
만든 모임이다.
물론 정기회라는 모임의 명칭동 "정보기술"에서 따온 말이다.
96년 1월 첫번째 모임을 가진 이래 매월 세번째 일요일에는 별일이 없는
한 산에서 만난다.
지금의 회원들은 밤새며 일하던 당시와는 분명히 다른 모습들로 여기저기
흩어져 일하고 있지만 산에서 만나는 그날만은 모두가 다시 한마음이 된다.
함께 산을 오르내리면서 그때처럼 정보기술을 이야기하고 비판하며
서로의 힘을 복돋아 주는 소중한 시간을 갖는다.
그 시간속에서 "정보기술"은 다시 태어나 움직인다.
회원은 모두 열명이다.
고문 이인식씨는 "사람과 컴퓨터", "미래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등
많은 저서들을 펴낸 과학평론가로 지금도 왕성한 집필활동을 하고 계시며
당시 주간이었던 김원희씨는 슈나이더코리아에 근무하고 있다.
올해의 회장인 유호경씨는 정보통신진흥협회에 재작중이며 서기선
(전자신문사)씨 조창현 (대청저보시스템)씨, 이상헌 (월컴프레스)씨는
지금도 취재 일선에서 일하고 있다.
간사인 백상현 (한국인간개발연구원)씨를 비롯하여 회원 (미래시스템)씨,
김태규 (자유기고자)씨와 필자도 회원이다.
적은 수의 회원이지만 모두들 미완성인채로 멈추어져 버렸던 자신의
노력이 모임의 뿌리라는 생각인지 참으로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들이다.
아끼는 사람들끼리 세상사는 이야기도 나누며,하루가 다른 정보기술에
관한 교감을 위해 기다리는 한달은 너무 긴 시간이다.
그래서 회원들은 월례 산행외에도 수시로 만나 서로를 격려하고 정보를
나누면서 조그만 결실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동안 회원들이 쓴 단행본만도 번역서를 합쳐 열여섯권에 이른다.
정기회에 큰바위처럼 묵묵하게 내일을 열며 지난날의 진실한 뜻을 다시
펼치려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