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의 거품이 걷힌다.

그동안 통신업체에게 높은 이윤을 보장해준 "원칙적 신고제, 예외적
인가제"의 요금규제가 사라져 통신업체들이 거품빼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요금에 거품이 얹혀 있던 대표적인 분야는 이동전화와 무선호출등
이동통신분야와 시외전화 국제전화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2조6천억원의 매출에 1천9백50억원의 순익을, 수도권
제2무선호출사업자인 서울과 나래이동통신은 모두 1천6백억원의 매출에
1백20억원대의 순익을 기록했다.

제조업체들이 물건 1천원어치를 팔아 10원의 이익을 남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또 SK텔레콤이 미국, 일본등보다 약간 낮은 통화료를 받고도 이익을
올릴 수 있었던 요인중의 하나는 미국 AT&T(3만2천원), 일본 NTT도꼬모
(2만2천원)에 비해 2배이상인 7만원의 가입비를 꼽을 수 있다.

가입비는 해지시 가입자에게 돌려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소득원이다.

지난해 SK텔레콤의 이동전화 신규가입자는 1백25만명으로 이들로부터
거둬들인 가입비는 8백75억원에 달했다.

또 지난해초 가입자 1인당 45만원씩 돌려줬던 설비비 8천여억원은
SK텔레콤이 설비투바 및 운영자금원으로 활용했었다.

한국통신은 원가보다 턱없이 낮은 시내전화요금으로 생긴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시내전화의 5배에 달하는 시외전화요금을 받고있다.

또 원가의 1.6배에 달하는 국제전화요금을 받아 세계적으로도 비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처럼 통신업체들이 "거품의 향연"을 누릴 수 있었던 이유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싼 요금을 앞세워 후발사업자를 고사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요금규제정책을 펴온 때문이다.

요금규제는 결과적으로 SK텔레콤과 한국통신등 시장지배적사업자에게
높은 이익을 보장해 줬다.

또 후발사업자에게는 선발업체보다 약간 싼 요금으로 실질적인 가격경쟁을
피해가며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하는 "요금우산"을 씌워주는 부작용을
빚었다.

이는 경쟁도입전 매년 평균 53%와 35%에 달하던 시외전화와 국제전화의
요금인하폭이 경쟁도입후 11.5%와 22.1%에 머물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또 무선호출(삐삐)요금도 SK텔레콤이 매년 24% 인하했으나 경쟁이
도입된 이후에는 인하율이 오히려 20%로 낮아졌다.

이와함께 제2시외전화 및 국제전화사업자인 데이콤은 시장의 25%선을
차지한 국제전화의 요금을 한국통신에 비해 1%만 싸게, 시장점유율이
10%미만인 시외전화 요금은 10%만 저렴하게 정했다.

제2무선호출사업자들은 지난 95년이후 월이용료로 SK텔레콤보다 1백원이
싼 7천9백원을 받아 오히려 경쟁도입이후 통신요금이 내리지 않는 엉뚱한
결과를 빚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통신요금자율화 조치로 통신사업자들이 경쟁에
대비해 통신요금 거품제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은 그러나 실질적인 요금인하 경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부가
비공식적인 요금규제까지 완전히 포기하고 원가를 검증할 수 있는 기구가
신설돼 통신업체가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요금을 제시토록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경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