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등법원 민사20부(부장판사 이용우)가 한화종금이 발행한 사모전환
사채(CB)를 무효로 판결함으로써 경영권 방어수단으로서 사모CB는 그 힘을
잃게 됐다.

자금조달 목적의 사모CB 발행은 허용되나 지분율을 늘리기 위한 발행은
금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미 사모CB를 발행한 기업들도 충분히 M&A의 표적이 될수 있게
됐다.

이미 한화종금이 사모CB발행으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뒤 3월말까지
47개사가 7천2백26억원어치의 사모CB를, 22개사가 4천7백45억원어치의
사모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대부분이 경영권 분쟁시 잠재지분 확보를 목적으로 발행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이번 결정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전망이다.

한화종금 사모CB에 대해 서울고법 민사20부는 경영권 분쟁중에 비밀리에
현저히 불공정한 방법에 의해 발행됐다며 이를 무효라고 판결했다.

1심인 서울지법 민사합의 50부(부장 권광중)가 유효성의 근거로 내세운
"거래의 안전성"도 인수자가 분쟁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잠재적인 경영권 분쟁을 염두에 두고 발행했다면 경영권분쟁이 표면화될
경우 사모CB의 의결권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또 기존주주들이 사모CB가 자신들의 지분율을 낮춘다며 발행무효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게 됐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사모CB발행자체를 무효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이용우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의 경우 사모CB발행 배경이나 방법이 현저히
불공정해 무효로 판결 내렸으나 일반론으로 확대해석하기는 어렵다"며
"기업별로 사모CB 발행배경이나 절차등에 따라 결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경영권 분쟁중이거나 예상되는 경영권 분쟁에 앞서 잠재지분 확보를
목적으로 사모CB를 발행할 수는 없지만 기업의 자금조달목적의 사모CB는
인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미 정부도 지난 3월18일 전환사채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제도를 손질했다.

이번 판결은 M&A의 투명성을 높였다는 측면도 갖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표면화됐을 경우 불공정한 방법에 의한 경영권 방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공식판결이 만들어진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M&A의 순기능을 인정해 이를 활성화하는데 도움을
주게 된 것으로 받아들일수 있다.

< 정태웅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