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직원들의 횡령사고 등에 대한 내부통제를 지나치게 소홀히 하고
있다.

감독당국인 은행감독원은 연간 수백건에 달하는 사고통계조차 발표하지
않은채 사후약방문격인 시정지시만 내리고 있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은행직원의 횡령과 폐수표의 외부유출사고 등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직원이 사망자명의로 11억6천만원을 횡령한 주택은행과 관리소홀로 50억원대
의 폐수표가 유출된 기업은행의 금융사고는 은행들의 허술한 내부통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의 창구관리 소홀로 드러난 주요 사고를 살펴보면 지난해 대구은행의
폰뱅킹 사기사건, 상업은행 직원의 전산조작을 통한 8억원대 횡령, 해당직원
의 권고사직으로 끝난 서울은행 노량진지점의 횡령, 담보대출의 허점을 노린
국민은행 직원의 20억원대 횡령사건 등을 들수 있다.

이밖에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금융사고를 합하면 그 숫자는 엄청날 것으로
추측된다.

은행감독원은 이같은 금융사고에 대해 형사고발건을 제외하고는 철저히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고통계도 한번도 발표하지 않았다.

은행들의 신용도에 타격을 입힌다는 이유 때문이다.

은감원 관계자는 이와관련, "연간 수백건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말해
금융사고가 상당히 빈발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은행들이 스스로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길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시정지시나 경고조치를 취하는 수준에서 사건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사고는 은행별 리스크 관리체제및 전산망의 대폭 확충에도
불구,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복잡한 전산체계를 교묘히 악용하는 횡령사건에는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사무리스크관리는 여신및 신용리스크에 못지 않게 중요한
업무"라며 "은행별로 입체적인 내부감시체제를 수립하고 사전예방적 감독체제
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