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지 않는 자에겐 미래가 없다.

우리경제가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기를 겪으면서 ''오너''를 꿈꾸는
샐러리맨들이 속속 창업에 나서고 있다.

''시계 제로'' 상태인 이들에게 가장 훌륭한 지침서는 역시 창업신화를 일군
선배의 생생한 얘기들이다.

단돈 7만2천원으로 창업의 길에 나서 14년만에 4백60억원을 거머쥔 사나이
성신제(49)씨.

피자헛으로 국내에 피자붐을 몰고온 그가 케니로저스란 패밀리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한국로스터스사장으로 다시 우리앞에 다가서고 있다.

물론 그도 불황에서 예외일수는 없다.

그러나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과 도전정신으로 하루하루를 즐겁게 맞고
있다.

2년전 ''창업자금 7만2천원''을 출판한 이후 창업수기를 담은 ''매장일기''의
집필에 들어간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

[ 만난 사람 = 장규호 < 유통부 기자 > ]

-불황 때문에 요즘 어렵겠습니다.

"말도 마세요.

14년째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 골깊은 불황은 처음입니다.

불황이 닥치면 각종 호화사치업종이 타격을 받을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산층과 서민층을 상대하는 업종이 결정타를 맞죠.

저희 식당에 자주 들르는 근처 은행원들이 요즘은 거의 찾아오지 않습니다.

도시락을 싸다니고 야식도 분식집에서 해결한다고 합니다.

이래 저래 중소업체들만 죽어나는 거죠.

하지만 불황때문에 그동안 음식의 질이나 서비스수준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었는지 돌이켜 볼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은 불행중 다행입니다"

-불황의 저점을 통과했느니, 안했느니 하는 경기논쟁이 다시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저점을 통과했더라도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들려면 시간이 꽤 걸릴텐데,
대책이 있습니까.

"주방에서 매장에 이르는 전 시스템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재편하고
있습니다.

작년 9월까지는 두 시간에 한번씩 매출을 체크했지만 그 뒤로는 매시간마다
파악하고 있습니다.

낭비되는 식재료를 줄이고 커피를 전시할 때도 커피잔안에 작은 잔을 넣어
커피의 양을 줄이는 것 등의 "짠돌이 작전"을 쓰는 거죠.

방어적으로 나갈 것인가, 공격적 경영에 박차를 가할 것인가는 그 다음
선택의 문제입니다.

저는 적극적인 방법을 택할 생각입니다.

장사가 안된다고 계속 수그리고 잔 펀치를 맞다간 언젠가는 쓰러지게
되기 때문이죠"

-공격적 경영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현재 6개인 점포수를 올해안에 12개로 두배로 늘릴 계획입니다.

점포규모는 패밀리레스토랑으로서는 소형인 90~1백평으로 개발해 매출
극대화보다 수익극대화를 겨냥할 생각입니다.

또 파스타등 이탈리아 음식을 보강해 메뉴도 두배로 늘릴 방침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승부수를 던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게 95년쯤이었죠.

"95년에 펴낸 "창업자금 7만2천원"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유명세를
탔었죠.

이 때문에 인터뷰하느라 시간을 다 뺏겨 본업이 뒤바뀐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요즘에는 다시 "보통사람"으로 돌아와 한결 여유가 생겼습니다"

-요즘에도 창업과 관련해 방송 등에서 자주 출연요청을 받는다고 들었는데.

"처음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가능한 많은 도움말을 주고 싶어
출연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입니다.

또 개인적으로 지금이 창업의 적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호황기에는 실패할 확률이 적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받기
힘듭니다.

그래서 3-4년 끌다 문을 닫으면 그 충격은 이루 말할수 없습니다.

하지만 불황기에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창업자는 몇개월만에 시장에서
밀려나기 때문에 허송세월하는 시간을 줄여주는 이점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앞으로 탄탄대로를 달릴수 있는 노하우를 체득할
수 있죠"

-최근 한 리서치회사에서 발표한걸 보면 외식업이 창업희망 1순위로 꼽히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명예퇴직 조기퇴직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정보화의 물결이 거세지면서 예전에는 각 부서장들의 보고를 일일이
챙기던 최고경영자들이 이제는 컴퓨터 한대로 의사결정을 해 버립니다.

자연히 거리로 나앉는 40대이상 중간관리층이 늘어나는 거죠.

그렇다고 이들이 고도의 기술과 노하우를 요하는 벤처업종에 도전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큰 부담없이 시작할수 있는 음식업 또는 외식업이 그래서 인기있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먹는 장사가 남는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세무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고 영업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요즘 외식 체인업체들은 세금낼 것 다 내고 영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먹는 장사가 남는다"는 말을 음식업이 수익이 좋다기 보다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빨라서 성패가 금방 판가름난다는 식으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빨리 승부가 나니까 애꿎게 재산을 날릴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얘기죠"

-창업이후 수많은 고비를 드라마틱하게 넘겼는데,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먼저 "나는 성공한다,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으로 무장했습니다.

일종의 자기최면이죠.

이 때문에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여유있게 대처할수 있었습니다.

또 하루하루를 즐겁고 희망차게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오늘은 어떤 손님이 찾아올까 생각하다 보면 마음이 설레기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생활자세가 성공의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요즘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습니까.

"최근들어 "매장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운영하는 케니로저스사업이 성공하고 나면 이를 책으로 공개할까
합니다.

사실 서점에 가보면 돈버는 방법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돈을
벌어보지 않은 사람이 쓴 책이 태반입니다.

현장에서 경험한 생생한 "수기"가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훨씬 필요
하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일기장을 메워가고 있습니다"

-남은 인생의 목표가 있다면.

"지금의 케니로저스를 상장시킬수 있을 정도로 키우는게 꿈입니다.

그 다음엔 전문경영인에게 넘기고 시골 촌락을 돌아다니며 이름난 전통
음식을 맛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한번 바꿔 보시죠" 정도의 컨설팅을 할수 있다면 금상첨화
입니다"

-요즘 대기업의 외식업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데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처음부터 대기업이 나서서 외식업을 하는 것은 반대합니다.

외식업의 특성상 처음에는 창업자의 카리스마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죠.

대기업 전문경영인이 "식당주인"이란 사명감을 갖고 음식점을 운영하기는
사실상 힘듭니다.

체인점수가 50개를 넘어서면 체계적 경영을 할수 있는 기업이 운영하는게
유리합니다.

미국 외식업계의 발전이 이런 경로를 밟아 왔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