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불기 2541년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불교 각 종단은 일제히
봉축법어와 봉축사를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사퇴의사를 밝힌 조계종 월하 종정은 법어를 내지
않았다.

조계종이 부처님 오신 날 종정법어를 내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종단별 봉축법어및 봉축사 요지는 다음과 같다.

<>조계종 월주 총무원장 봉축사

= 부처님은 진리의 몸으로 태어나 인간을 해방시키고 계급사회를 혁파해
모든 중생이 진리의 원천임을 선언했다.

그러나 중생은 존재의 참모습을 깨닫지 못하고 여전히 고통 속에서
허덕인다.

인간의 마음 속에는 지혜와 이웃을 사랑하는 훌륭한 덕성이 있으니, 이
마음이 번뇌와 탐욕으로 길들여질 때 지옥이 생기고 지혜스러울 때 극락과
해탈의 길이 열린다는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고통받는 중생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북한동포를 돕는 일도 이타적인 자비정신으로 시작돼야 민족공동체의
아픔을 함께 할수 있다.

분단의 벽을 헐고 통일시대를 여는 데 불자가 앞장서자.

<>태고종 보성 종정 법어

=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의식과 편견을
하루빨리 불식하고 서로 이해하며 돕는 이타의 자비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자비정신과 지혜의 구현은 우리 마음을 맑혀가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우리 모두 이기심을 버리고 깨끗한 마음과 생각으로 동체대비심을
발휘해 평화롭고 행복한 청정불국토를 이루어가자.

<>천태종 도용 종정법어

= 사람들은 기계와 물질문명에 예속되고 사회는 반목과 대립, 갈등과
분규로 혼탁해져가고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이런 부패와 불안, 고통의 사회적 병리를
근원적으로 치유하자.

자비.화합으로 부처님의 뜻인 평화와 광명과 정복으로 충만한
이상사회를 실현토록 노력하자.

인간 존엄성과 주체성 회복 및 불법의 중도사상으로 모든 극단적인
주의주장이나 행동을 지양해야 한다.

<>진각종 각해 총인 법어

= 인간의 존엄성은 물신주의로 무참히 짓밟혀버리고 아름다운
지구환경은 오염돼 생태계가 위협받고 오염과 국가 민족 종교간 대립으로
공멸의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콩 한조각이라도 나누는 이타행을 실천하며 부처님의 인류구원 대법기를
높이 들고 서원정진하자.

한마음에서 만법이 생겨나니 마음의 본래자리인 심인을 찾자.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