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이 95년현재 73.5세(남자 69.5세, 여자 77.4세)로
나타났다.

이는 10년전인 85년에 비해 4.5세, 25년전인 70년에 비해 10.3세 늘어난
것으로 인구의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걸 보여준다.

오래 사는건 인간의 기본욕망이었고 평균수명연장은 이러한 욕구의
부분저인 충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요래살되 인간적 품위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사회는 지금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비가 없다.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있는데도 일할 능력과 의욕이 있는 "늙지도
젊지도 않은 나이"의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년을 받아 직장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경총의 조사에 따르면 95년 현재 조사대상 기업들의 평균정년연령은
56.5세로 88년의 55.2세보다 1.3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기업의 경우 경영혁신을 통한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으로
평균정년이 88년의 50세에서 95년에는 49.2세로 감소됐다.

이는 평균수명연장에 역행되는 추세라 할 것이다.

기업에서 정년을 연장하지 않는 것은 무엇때문인가.

연공서열제적 임금체계 및 퇴직금산정방식에서 일률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면 인건비부담이 커진다는 점과 연공서열제적 인사관리아래에서는
인사적체와 인력배치곤란 등 조직관리상의 어려움이 따른다는 점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에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정년연장을 실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일본의 경우는 정부가 고령자 고용기업에 많은 지원을 했기 때문에
기업들이 정년연장을 쉽게 받아들였다.

연봉제가 확립돼 있는 미국은 능력만 있으면 연령에 관계없이 일할수
있게돼 있다.

우리는 평균수명이 52.6세(남자 51.1세 여자 53.7세)였던 56년부터
55세 정년제는 기업에서 보편화돼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현재의 평균수명과 근로가능성으로 미루어 볼때 이는 사회적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

연령별 기대여명(더 살수 있는 기간)은 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기
시작하는 15세의 경우 95년현재 남자 55.6년, 여자 63.4년으로 10년전보다
각각 3.8년, 3.2년 늘어났다.

55세의 기대여명은 남자 20.1년 여자 25.4년, 특히 노령인구로 분류되는
65세의 기대여명은 남자 13.2년, 여자 16.9년으로 나타났다.

축적해 놓은 재산도 없이 일할 곳을 잃은 사람이 생계위협을 받으면서
오래살면 인간적 품위를 잃을 수가 많다.

아무리 부자라해도 일하지 않는 것은 죄악이라 했듯 일한다는 것은
소득목적만이 아니고 삶의 보람이기도 하다.

물론 정년연장만이 능사는 아니다.

정년연장의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정년이 되기전 일정연령이 됐을때, 연공서열임금체계를 파기하거나 퇴직후
재고용하는 형식의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직무의 숙련도나 생산성과 관계없이 나이가 들면 임금이 올라가는 체계를
그대로 둔채 정년연장을 외치는건 옳은 해법이 아니다.

일할 자리를 많이 만들고 오래 사는 것이 행복한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