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란이 일고 있다.

다매체다채널시대를 맞아 방송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모든 방송매체는
엄청난 소용돌이를 겪고 있다.

공중파는 공중파대로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구책을 모색중이고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은 제자리를 찾느라 여념이 없다.

미국과 일본등에서는 벌써 디지틀방송을 시작한다는 소리가 들려오고,올
상반기에는 통합방송법 제정이 확실시돼 TV채널의 무한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TV는 이제 보물상자로 변하고, 채널선택권을 가진 시청자가 권리주장을
펴는 시청자주권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KBS MBC SBS등 공중파방송의 변화는 어느때보다도 치열한 시청률경쟁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이들 방송사는 시청률 확보를 위해 여론에 아랑곳없이 드라마를 늘리고
시청률이 떨어지는 프로그램은 과감하게 폐지하고 있다.

3사 모두 경영혁신운동을 통해 기업마인드 심기에 한창이다.

오랫동안의 독과점체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SBS는 3월부터 저녁뉴스를 8시에서 9시로 옮겨 방송3사간 뉴스전쟁을
부추켰으며, MBC는 봄개편때 "TV쇼핑"을 신설, 홈쇼핑프로그램까지 내보내고
있다.

드라마전쟁은 갈수록 치열해져 SBS의 "행복은 우리가슴에"등 시청률이
떨어지는 프로그램은 조기종영되고 드라마상의 폭력이나 음란 장면은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허가된 인천 전주 청주 울산등 4개 지역민방이 하반기에 개국하면
공중파방송의 싸움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업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케이블TV 방송시작 2년을 넘긴 4월말 현재 총시청가구는 1백90만.

빠르면 6월말쯤에는 2백만가구 달성이 무난하다는 전망이다.

미국.캐나다의 경우 10%시청가구 확보에 8~10년, 일본은 6% 시청가구
확보에 8년이 소요됐다면 우리의 경우 12.3%(유료가입기준) 확보에 2년밖에
안걸린 셈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올 연말까지 2백50만 시청가구 목표달성은 무난하며
유료시청가구는 1백20만가구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케이블업계의 가장 큰 변화요인은 2차 지역방송국(SO)개국.

정부는 93년 5개 광역시 9개도 2백60개 행정구역에 1백16개의 지역방송국을
허가하겠다고 고시한 뒤 1차로 54개 SO를 허가했다.

2차로 나머지 62개지역을 확대통합한 24개 SO를 5월말께 허가하면 전국이
케이블권역에 들어서게 된다.

케이블TV사업의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전송망 설치도 활발히 전개돼 망이
깔린 상태를 나타내는 홈패스율이 70%이상으로 늘어났다.

케이블TV망을 활용한 전화 인터넷등 다양한 부가서비스 실험이 전개돼
케이블TV망을 통한 쌍방향 부가서비스의 가능성 또한 입증됐다.

케이블TV를 통해 전화나 PC통신 인터넷은 물론 원격검침 진료 영상회의
방범 방재등 각종 부가통신을 손쉽게 제공받는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케이블TV도 당초 27개 채널에서 방송대학TV, 아리랑TV의 개국으로 모두
29개 채널로 늘어나 치열한 시청률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의 채널이 종일방송으로 바뀌면서 제작프로그램도 다양화되고
풍성해졌다.

특히 최근 프랑스 칸에서 열린 97MIP프로그램전시회에서 공중파보다 훨씬
많은 3백38만5백달러어치를 수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위성방송도 여전히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방송사뿐 아니라 대기업 신문사 정보통신업체등 대부분의 관련기업들이
넘보고 있는 위성방송은 통합방송법이 상반기중 통과되면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체제를 갖추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최근 무궁화위성을 통한 교내과외방송 채널 2개를 확정
함으로써 무궁화위성을 이용한 방송채널은 모두 4개로 늘게 됐다.

공중파와 케이블TV, 위성방송의 삼각체제 정립은 매체경쟁은 물론이고
프로그램 경쟁을 유발, 시청자로 하여금 취향대로 채널을 선택하도록 할
전망이다.

따라서 진정한 경쟁력은 프로그램의 질에 달렸다.

미디어전쟁의 승패는 어떤 채널을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 오춘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