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도하는 기술담보제도가 이달 중순께부터 시범 실시된다는 소식은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에는 가뭄 끝의 단비만큼이나 반가운 일이 아닐수 없다.

통상산업부는 이 제도 도입에 따르는 절차를 마치고 오는 19일부터
기술담보대출 신청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통산부의 계획을 보면 올해 시범사업에 투입되는 자금이 2백억원에
불과하고 그나마 신청자격이 까다로워 자금난완화 효과만을 따진다면
"코끼리코에 비스킷"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융자조건이 좋은데다 내년부터 지원규모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하니 잘만 운영된다면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이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기술담보 대출제도가 뿌리를 내리려면 기술평가기관및 전문인력의 확보,
대출재원, 기술거래시장의 활성화, 기술담보에 따른 손실보전금 등 제도적
장치는 물론 제반절차의 확립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술에 대한 경제성과 자산가치를 정확히 평가하는 일은
이 제도 성패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

통산부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산하 산업기술정책연구소의 일부 조직을
개편해 기술담보평가업무를 맡기기로 했지만 객관적인 기술평가기법이
제대로 확립돼있지 못한 상태에서 갈수록 다양해지는 기술들을 어떻게
정확하고 공정하게 평가할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와 관련, 기술평가센터를 제3의 기관에 두는 것보다 대출취급기관에서
직접 운영토록 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도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실 기술평가기법은 최종 대출취급기관이 기술담보제도를 운영해가면서
보완해나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할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기술담보 대상을 특허권 실용신안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으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까지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기술을 담보로 한다는 것은 반드시 무형의 기술을 유형자산과 동일한
담보로 인정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제도의 보다 근원적 취지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기술력이 있는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를 확대하여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촉진시키는데서
찾아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담보대상 기술이 다양하면 할수록 좋다고 본다.

기술담보제도의 도입은 아직도 "시범실시"라는 구차스런 단계를 밟아야
할만큼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대출기관이 담보기술의 처분만으로 채권회수가 불가능할 때는
별도의 재원에서 회수불능분의 70%까지 보전해줄 계획이라고 하지만
그런다고 금융기관의 대출기피증이 사라질지는 의문이다.

이번 기술담보제도의 시행이 금융기관에는 새로운 금융기법을 도입하는
전기를 마련해주고 중소기업에는 기술마인드를 확산시켜 우리경제의
재도약에 활력소가 되길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