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 시장환경의 가장 중요한 변화중의 하나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출범으로 인해 각국간의 시장개방이 가속화되면서, 우리기업들도
내수시장에서 외국의 유수한 글로벌기업들과 경쟁을 하지 않을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이와 같은 글로벌 경쟁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수출산업의 경쟁력약화로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우리 기업의 경영환경이 국내외적으로 어려움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어려운 경영환경을 타개하고 시장개방에 대응하기 위하여 최근
많은 기업들이 여러 가지 경영혁신 기법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거나 또는
신규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기업 스스로 본원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지 않는한 단순한
이들 새로운 경영혁신 기법의 도입만으로는 지금의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해 나갈 지속적 경쟁우위를 확보할수 없다는 점이다.

기업의 핵심 경쟁우위 능력, 이른바 핵심역량이 파악되어 여기에 집중하고
이것을 중심으로 한 경영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단순한 새로운 경영혁신
기법의 도입만으로는 현재의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어렵다.

또한 이러한 핵심역량에 대한 이해없이, 즉 자기의 역량은 생각하지 않고
전망 좋은 시장만 쫓아 다니는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경영패턴으로서는
지금의 어려운 경제환경을 극복하기는커녕 잘못하다가는 기업의 존재
그 자체가 위태로운 지경에까지 이를지도 모른다.

핵심역량이란 현재 수행하는 많은 사업의 공통된 경쟁기반이 될 수 있는
기업의 자산 또는 능력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핵심역량이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우월적 내부
역량으로서, 경쟁사와 차별적일 뿐만 아니라 사업성공의 핵심으로 작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 능력은 본질적이고 근원적이기 때문에, 기존 사업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새로운 분야로의 사업다각화까지 성공적으로 보장해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나무에 비유하여 설명하자면, 핵심역량이란 나무의 뿌리에 해당하고
핵심사업은 몸통과 굵은 가지에 해당되며, 최종 제품은 나뭇잎과 꽃에
해당한다고 볼수 있다.

단적으로 말하면 핵심역량은 경쟁우위의 원천으로서 기업의 총체적이고
본원적인 기술, 지식 및 능력이 하나의 일관된 역량으로 결집된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핵심역량 접근법의 장점은 핵심역량을 응용하여 새로운
시장으로 성공적으로 확장할수 있으면서 동시에 핵심역량의 확인 및 육성을
통하여 기존의 사업에 재집중할수 있는 것이다.

즉 핵심역량 접근법의 장 점은 혁신을 촉진시킬 수 있으며, 잘못된
시장철수의 우를 회피할 수 있고 또한 유력한 잠재력을 가진 제품의
포기를 방지해줌으로써 성공적인 신제품개발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세계적인 가전업체인 일본 소니사의 경우 비디오 플레이어
시장에서 베타멕스 방식으로 실패하였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 분야에
집중투자하여 휴대용 8밀리 캠코터개발에 성공하게 되었다.

또한 일본의 샤프사의 경우도 핵심역량을 이용하여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일본 샤프사는 표시장치를 만드는 기술을 핵심역량으로 삼아 여기에
집중투자하여 사업을 키워 왔다.

그 결과 초기의 전자계산기에서 시작하여 전자수첩, 노트북 컴퓨터, 액정
텔레비전 등 모든 신제품들이 액정박막 기술을 핵심능력으로 하여
개발되었으며, 세계 LCD 시장의 과반수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게
되었다.

또한 필자가 보기에는 미국 기업이 과거 10여년간의 불황을 극복하고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게 된 배경에도 핵심역량경영이 있다.

미국의 IBM이나 코카콜라 그리고 GE같은 경우 최고 경영자가 취임후
과감하게 자사의 핵심역량이 아닌 부분은 매각하여 거기에서 생겨난
자원을 자기의 핵심역량 부분에 집중적으로 사용함으로써, 그리고 이러한
핵심역량을 이용하여 다각화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여 성공한
경우들이다.

예를들어 똑같은 콜라산업의 기업들이지만 코카콜라와 펩시의 주가로
반영되는 자산가치는 큰 차이가 있다.

그 이유는 코카콜라는 새 최고 경영자가 등장하여 핵심역량이 아닌
부분은 전부 매각하여 거기서 생겨난 자금을 핵심역량 분야인 콜라사업에
집중 투자하여 기업의 자산가치를 높였지만 펩시콜라는 여전히 자기의
역량을 콜라 사업뿐 아니라, 피자사업 치킨 사업 그리고 호텔사업 등에
분산함으로써 자산가치를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우리 기업들은 핵심역량에 대한 이해없이 제한된 경영 자원을
흩트려서 쓰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핵심역량을
찾아 그것을 중심으로 하여 발전된 것이 아니라, 한정된 경영자원 및 능력을
관련없는 여러 분야에 분산투자함으로써 자체의 핵심역량을 배양 및
축적하지 못했다는데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희소한 자원을 여러 비관련분야로 퍼트리는 것은
지금까지의 정부보호로 격리된 시장에서는 효과적인 기업생존 전략이었지만
앞으로의 개방환경하에서 선진외국의 경쟁기업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최근 부도 또는 경제적 위기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기업들, 예를
들어 우성 건영 삼익악기 진로등은 핵심역량개념을 무시하고 관련없는
분야에 진출함으로써 자기의 핵심역량 분야도 약해지고 또한 신규 진출한
분야에도 경쟁력이 없이 고전함으로써 전체 기업의 자금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그룹전체가 쓰러진 좋은 예들이다.

자기의 핵심역량이 무엇인지는 고려하지 않고 좋다는 시장만 쫓아가다
실패한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이 지금부터라도 핵심역량 개념을 이해해 자기의
핵심역량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고 이것을 집중개발 육성하여 경쟁우위를
확보하지 않는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는 커녕 제2,제3의 진로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며, 궁극적으로는 핵심역량을 축적한 선진
외국기업들에 국내시장마저 내주지 않을 수 없는 지경까지 갈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우리 기업들이 지금의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시장
개방하의 글로벌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기의 핵심역량을 찾아서
여기에 집중투자하여 이것을 중심으로 해서 성장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