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회장 구평회)는 1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레나토 루지에로
WTO(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을 초청, 강연회를 가졌다.

"WTO의 발전방향과 한국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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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통신서비스자유화에 대한 지속적인 공헌은 업계는 물론 모든
다른 소비자들을 이롭게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의 유류비 지출보다 통신비 지출이 더 크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또한, 통신장비시장의 급속한 팽창은, 지난 3월26일 타결된 또 하나의
중대한 자유화 협정-정보기술제품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키로 한
협정(ITA)의 중요성을 강조해 준다.

정보기술제품의 자유로운 교역은 소비자들과 기업들의 일상생활에 많은
혜택을 줄 것이다.

한국을 포함하여 40개국가가 컴퓨터, 소프트웨어, 통신제품 및 반도체에
대한 모든 관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키로 합의했다.

이들 40개국이 전세계 정보기술제품 교역량의 92.5%를 점유하고 있지만,
이 협정으로 인한 혜택은 이들 40개국을 훨씬 넘어서, 실제로 지구상의 모든
국가에 그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정보서비스 제공자로서 뿐 아니라 정보기기 공급자로서도, 한국기업들을
위한 기회는 크다.

예를 들어, 세계은행은 향후 5년간 아시아가 통신시스템에 6천만달러
이상을 지출해야 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또 한국은 1995년도에 3백30억달러 상당의 수출실적을 올림으로써
정보기술제품 분야에서 세계 제5위의 수출국으로 랭크됐다.

본질적으로 이러한 협상들(정보통신, 금융)은 단지 경제적 측면에서만
중요한 것은 아니며, 교역시스템을 다가오는 21세기의 현안으로까지
부각시키고 있다.

갈수록 "정보"는 지구촌경제의 "핵심적인 원재료"가 될 것이며, 이러한
"정보에의 접근가능성"은 발전과 성장에의 열쇠가 될 것이다.

오늘날 WTO는, 지난날 GATT가 상품교역에서 그러하였던 것처럼, 이제
새로운 이들 기술 및 서비스부문의 교역에 대하여 개방하고 예측가능하며
비차별적인 진입기회를 창출하는데 기여할 수 있음을 입증해 가고 있다.

상품교역과 투자는 외국시장에 물품과 서비스를 인도하는 방편으로서,
그리고 생산활동을 국제적으로 통합하는 수단으로서, 갈수록 상호 분리할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

이와 동시에, 국제 교역과 투자흐름의 "혜택"은 각국내에 제대로 기능하는
경쟁적 시장이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면, 결코 현실로 이루어질 수가 없다.

끝으로 WTO의 가장 독특한 공헌이기도 한 "분쟁해결시스템"에 대해
밝혀둔다.

새로 출범한 WTO 분쟁해결시스템은, 그 전신인 GATT의 분쟁해결장치에
비해 더욱 강력하고 자동장치로서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더욱
신뢰성이 높다.

이러한 "WTO의 성공"들은 국제교역시스템의 발전과 관련한 많은 중요한
질문에 대해 그 해답을 제공하는데 도움이 된다.

우선 지역주의와 다자주의간에서 경제적.정치적 현실로서 다자간체제의
우위성이 갈수록 명백해지고 있다.

각료회담의 성공으로 다자간체제의 안건 및 그 성과들이 이제는 지역주의
움직임들에 대해 명백히 그 주도권을 장악해 가고 있다.

두번째로 우리의 미래가 분야별협상에 의존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포괄
협상이 바람직한 것인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이미 해답이 제시된 상태다.

어느쪽이든 가능하며 상황에 따라 어느쪽이든 적합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명백해진 것이다.

세번째로 지구촌 남북간의 분열가능성 즉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분열에
대한 우려가 현저히 감소되었는데 이는 일차적으로는 싱가포르 각료회담에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적극적이고도 결정적으로 "참여해준" 덕택이었고
두번째로는 통신협상과 ITA협상에 대한 이들의 공헌 덕분이라 할 것이다.

오늘날엔 "세계화"가 갈수록 현실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지난 50년간(그리고 특히 지난 10년간) 세계경제는 숨가쁠 정도의 속도로
통합되어 왔다.

예를 들면 지난 40년동안에 지구촌의 생산량은 불과 여섯배 늘어났지만
세계교역량은 무려 15배나 늘어났다.

세계화는 기술과 국가경제 및 공공정책의 변혁에 의해 추진력을 얻는다.

이같은 기술변혁과 지구촌의 자유화라는 과정이 세계를 전혀 새로운
양상의 경제-국경없는 경제-의 출현으로 이끌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경제체제
안에서는 정보야말로 갈수록 중요한 자원인 동시에 경쟁력의 기초가
되어가고 있다.

세계화란 상이한 개발단계에 있는 모든 국가에게 제공되는 막대한 기회를
의미한다.

모든 증거들이 자유무역이야말로 경제성장을 위한 막강한 엔진이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화는 경제 기술 나아가 사회발전을 위한 수단 또한 더욱 널리
확산시키고 있다.

현재 전세계의 주요 수출.수입국의 약 3분의1 정도가 개발도상국이다.

개도국들은 10년전만 해도 세계교역량의 20%도 채 점유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약 4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

개도국에 대한 외국인투자는 지난 5년간 세배나 늘어났다.

하지만 세계화는 선진국에게도 중요한 성장촉진제가 되고 있다.

개도국들이 수출을 늘리면 선진국들은 수입을 늘리게 되기 때문이다.

다자간체제의 성공과 세계경제의 점증하는 세계화는 모든 국가들이 교역
개방상태를 유지해야만 한다는 그리고 과거의 보호주의 관행으로 되돌아
가기를 기도하는 그 어떠한 국내의 압력에도 결연히 저항해야만 한다는
필요성에 대하여 더욱 큰 의미를 두게 된다.

많은 경우에 있어서 교역제한조치는 예컨대 무역적자와 같은 국내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이 못된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왔다.

우리 모두는 최근 한국이 성장률 둔화와 심각한 경상수지적자를 겪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현 상황을 보다 광범위한 시각에서 바라볼때 한국의 경제
기반이 여전히 튼튼하다는 것은 명백하다.

저축률은 여전히 높고 성장률은 모든 주요교역상대국들의 질투의 대상인
높은 수준에서 아직 지속되고 있다.

경상수지적자도 국내총생산의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 비추어 볼때 소비재 수입은 한국의 총수입중 11%정도에
불과하지만 한국의 소비재수출은 그 세배에 달한다는 사실에도 주목해볼만
하다.

내년이면 이 다자간교역시스템은 창립 5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나는 이 50주년 기념일이 각국정부와 민간부문의 지지를 획득함으로써
과거에 이룩한 업적들을 만족스럽게 회고하는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장래의 더큰 성공을 위한 토대를 준비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