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남 전 한보사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킨 16일 국회 한보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는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의 전근대적 경영행태를 엿볼수 있는
증언이 많아 눈길.

이전사장은 "정총회장은 분할지배책을 사용했다"고 말해 정총회장이 비자금
조성과 운영전과정을 직할하면서 일종의 "점조직" 방식을 구사했음을 설명.

이에 대해 자민련 이인구 의원은 "사장과 본부장이 모두 껍데기란 말이냐"고
추궁.

이에 이전사장은 "처음엔 나도 그 점을 섭섭하게 생각하기도 했으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우리나라 기업현실상 내 힘으론 역부족이었다"고 토로.

이전사장은 "한보직제상 대표이사 직인 등은 모두 총수가 갖고 있고 나는
이름만 빌려줬을 뿐"이라고 말해 의원들로부터 "돈심부름꾼이냐"는 질책을
받기도.

그러나 이전사장은 자신이 연봉 1억원을 받는 "종신사원" 7명중 한사람임을
밝히면서 "재벌로서는 처음 실시하는 한보만의 사기앙양책"이라고 자랑.

한편 정총회장은 지난 7일 청문회에서 임직원과의 관계를 "주인"과 "머슴"간
의 관계로 묘사하고 공금유용을 "내 돈을 회사에 넣었으니 빼 쓰는 것도
당연하다"고 정당화한바 있다.

<>.고려대 법대 선.후배 관계인 이사장과 국민회의 이상수 의원이 설전을
벌여 눈길.

이의원은 이날 자신의 질의시간에 한보철강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문제점
을 자료까지 제시하며 거듭 물었으나 이사장이 "자금과 회계는 모른다"며
잡아떼자 언성을 높이기 시작.

또 보충질의 시간에도 이사장의 답변이 변하지 않자 이의원은 "증인은 전혀
반성을 하고 있지 않다", "선배면 선배답게 진실을 밝혀라"며 이사장을 압박.

그러자 이사장은 "너무 야단치지 말라" "국민들이 보고 있는데 그렇게
몰아부치면 내가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겠는가"라며 반박.

결국 이의원은 "학교 후배가 선배에게 너무 소리를 쳐 죄송하다.

이해해달라"고 질의를 마감하자 이사장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괜찮다"고
답변.

<>.이날 이 전 한보사장에 대한 신문도중 국민회의 김원길 의원은 일체의
질의를 하지 않아 눈길.

이는 김의원이 "정치인 로비창구"로 알려진 이전사장으로부터 후원회금
명목으로 두차례에 걸쳐 수백만원을 받았던 악연 때문.

이전사장은 그러나 "여야 정치인에게 경조사비 명목으로 돈을 건넸을뿐"
이라고 진술.

이전사장은 신한국당 김학원 의원으로부터 "무슨 명목으로 로비했느냐"고
집요하게 추궁당하는 도중 허리에 차고 있던 무선호출기가 울리는 바람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는 등 허둥지둥한 모습을 연출.

한편 남은 특위활동기간중 청문회 장소로 사용되는 국회 145호 소회의실은
평소 각당의 의원총회나 공청회가 열리는 곳이나 5공청문회 당시에는 5, 6공
인사들을 대거 소환, 여야의원들이 신문을 벌였던 곳.

< 허귀식.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