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시중은행및 산업, 신한 하나, 보람 등 10개 은행장들은 15일 오후
은행연합회에서 모여 부실징후를 보이는 기업에 대해 제1,2금융권이 모두
참여한 "부실징후기업 부도방지협의체"(가칭)을 구성한뒤 공동대처키로
합의했다.

협의체에서 외부회계감사를 선임해 부도소문이 도은 기업의 재무구조를
실사한 뒤 그결과를 바탕으로 금융지원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관치금융체제에서는 정부가 기업의 생사여부결정을 주도했지만
앞으로는 채권금융단이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함으로 이버 협의체구성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모든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의 이해갈등으로 사태해결의 책임을 서로
상대방에게 떠넘기다 협의체운영이 표류할수 있고 자칫하면 민간자율이
형식을 빌린 또다른 형태의 관치금융창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또한 지난 87년에 제정됐던 "기업정상화를 위한 금융기관협정"처럼
전시효과만 얻고 사문화(사문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같은 사태를 피하고 협의체가 지금의 연쇄부도국면을 벗어나는데
중심적인 역학을 하려면 은행의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는 한편 금리조정이나
여신결정을 주도하는 선도은행(Leading bank)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시장자율체제가 확립될 때까지 중앙은행이나 재정경제원 등의 관계당국과
긴밀하게 협의해야 함은 물론이다.

기업도산은 방만한 경영이나 무리한 투자가 일차적인 원이이겠지만
금융시장 불안의 영향도 적지 않다.

최근에도 한보와 삼미 등 대기업그룹이 잇따라 쓰러짐에 따라 자금시장이
얼어붙어 많은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었다.

특히 어느 기업의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는 소문이 나면 제2금융권은
즉시 여신회수에 나서고 은행은 종금사의 빛을 떠맡을수 없다고 버티는
바람에 부도위기를 맞은 기업들이 적지 않았다.

이미 쓰러진 우성, 건영이 그랬고 정경유착의혹을 빼면 한보도 같은
과정을 밟았다.

늦었지만 쌍용자동차와 두산그룹 그리고 진로그룹 등은 부동산매각,
계열사정리, 출자기업의 지분매각 또는 자본금회수 등을 통해 사업구조조정
및 재무구조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자산규모기준으로 재계순의 19위인 진로그룹은 자구노력을 통해
1조2천억원의 채무상환계획을 세우고 주거래은행인 상업은행에 2천억원의
긴급자금지원을 요청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종결정은 자구노력의 수행여부및 회생가능성에 따라 은행이 판단하겠지만
행여 금융기관간의 이해갈등이나 눈치보기 때문에 피할수 있었던 파국을
초래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물론 기업부실의 일차적인 책임은 경영진에 있지만 오랫동안 거래를 해온
금융기관들도 책임이 없다고 할수 없다.

따라서 억지춘향식의 전시효과만 노리지 말고 공동운영체로서 기업과
금융기관이 같이 살길을 찾아야 하겠다.

이번 협의체구성은 바로 그 첫걸음으로서 매끄러운 운영을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