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극복의 한 방안으로 해외여행을 자제하자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외국행이 주춤하는 대신 제주도 설악산 등 국내 명소를 찾는 국내여행객이
크게 늘고 있다.

그 여파로 제주도 유명호텔은 다음달까지 주말예약이 끝났고 항공편도
동이 났다.

특히 허니문시즌을 맞아 신혼부부가 예년보다 30%이상 늘어나면서 제주와
설악산 지역 항공.호텔예약에 비상이 걸렸을 정도다.

14일 공항공단에 따르면 올 1.4분기중 제주도와 강릉을 이용한 항공
탑승객수는 2백27만9천명, 19만8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6만,
4만명씩이 늘어났다.

제주도를 찾는 여행객들이 늘면서 제주도행 항공권 구하기는 하늘이
별따기다.

아시아나 항공의 장성문 실장은 "6월말까지 제주행 항공권이 주말에는
이미 1백% 예약 완료된 상태"라고 소개했다.

대한항공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13일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린 김호길씨(33세.S그룹대리)의 경우
해외를 마다하고 제주도와 남해안을 신혼여행지로 잡고 허니문을 즐기고
있다.

경제도 어려운데 굳이 환율까지 크게 오른 달러를 써 가며 해외에서 신혼
여행을 즐길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

한국관공사의 권중권 홍보실장은 "신혼부부들이 여행지로 그동안 괌
사이판 등을 고려했으나 이제는 설악산 제주도 경주 등 명승지를 찾고 있다"
고 말했다.

권부장은 여행객들이 국내 관광지로 다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과 관련해
"그동안 해외로 여행객을 뺏겨온 관광업계가 서비스 질을 높이고 새로운
관광상품을 개발했기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 신라호텔 마케팅실의 이승림씨는 "예년에는 신혼여행지로 국내보다
외국을 선호했으나 올해들어 제주도를 찾는 신혼부부가 부쩍 늘어났다"고
소개한다.

제주도 그랜드호텔 관계자는 "신혼부부외에 올들어 주말에 제주도에서
골프를 치거나 자동차를 렌트해 이곳저곳을 돌아보면서 여가를 즐기려는
개성파 여행객들이 늘어나는 새로운 여행 풍속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제주도내 일급 호텔인 신라호텔 그랜드호텔 KAL호텔 하얏트리젠시
호텔 등은 이미 다음달말까지 주말 예약이 끝난 상태다.

아직까지 여행객 증가추세가 제주도와 설악산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경주 온양온천 등 다른 관광지도 수년간의 부진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는 경기불황의 심화속에 여행수지 적자 폭이 계속 늘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국민들의 곱지않은 시선이 몰리는데도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 최인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