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산업은 우리경제환경에 알맞은 유망산업으로 꼽힌다.

기술집약적이면서도 숙련노동을 필요로 하는 조립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손재주가 뛰어난 한국사람들에게 매우 경쟁력이 높은 분야다.

또 전자.소재.기계 등 관련산업이 많고 부가가치가 높아 산업구조를
고도화시키는데 큰 역할이 기대되는 산업이다.

정부가 오는 2005년까지 생산규모 1백억달러로 세계 10대 항공기생산국으로
진입하겠다는 계획을 오래전에 세운 것도 이같은 판단에서다.

요즈음 우리나라 항공기산업이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해있다.

정부의 육성계획은 의욕만 앞섰지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어느것 하나
뚜렷한게 없고 계획변경과 시행착오를 거듭한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예컨대 중형항공기개발사업은 중국과 협상이 결렬된 뒤 새로운 합작
파트너로 유럽 에어사가 거론되고 있으나 확정까지는 아직 멀었고
고등훈련기(KTX-2)사업은 2년째 중단돼 있는 상태다.

경전투헬기사업이나 다목적 헬기사업등 여러가지 프로젝트들이 거론은
됐지만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F-16전투기 개조사업인 한국형전투기사업(KFP)도 99년말까지 끝나도록
돼 있으나 그 이후의 후속계획이 확정되지 못해 업계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미 많은 자금과 인력이 투자된 상황에서 일감이 확보되지 못하면
산업기반자체가 와해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이러한 사업계획의 지지부진은 관련부처간의 이해상충으로 인한
의사결정지연등 정책당국의 책임이 크다.

어차피 초창기의 항공기산업은 국방수요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정부의 뚜렷한 정책방향과 수요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뿌리를
내리기 힘들게 돼있다.

이같은 판단에서 우리는 정부가 우주항공산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표명과
구체사업의 조속한 결론을 내려주도록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보도(본지 8일자 1면)에 따르면 항공기생산체제를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대한항공 현대우주항공 등 4개사 경쟁체제에서 공동회사생산체제로 일원화할
것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성사되기까지는 해결돼야할 많은 과제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기는
하지만 그러나 현재의 국내 시장규모나 투자재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차원에서 과도기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유효한 대안중의 하나다.

물론 이러한 일원화는 일정궤도에 이르기까지 잠정적인 것이어야
할 것이다.

다만 초기단계라고는 하나 지분구성에서 정부주도의 공기업형태로
발족되는 것은 현명한 방법으로 보기 어렵다.

아무리 국책사업이라고 해도 과거의 예로보아 공기업형태의 발족은
두고두고 정부의 골칫거리로 남겨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역할은 수요개발과 산업발전에 필요한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국가연구개발체제의 확립을 통한 민간지원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