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비슷한 내용의 금융상품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신상품이 쏟아져 담당직원들조차 헷갈릴 정도여서 고객들은
상품선택에 오히려 애를 먹고 있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들어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 외환 국민 신한 등
8대 시중은행이 개발한 신상품은 모두 33개로 지난해 전체(65개)의 50.7%에
달했다.

이같은 양상은 연초 대기업들의 잇따른 부도로 자금시장이 불안해지자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고금리상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제2금융권으로 유입되는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한시판매상품이 유행한 것도
신상품 개발을 부추겼다.

명예퇴직자 등을 대상으로 한 "뉴스타트 통장"을 시판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8건의 신상품을 개발, 지난해 전체의 5건을 이미 앞질렀다.

신한은행은 "마이플랜" "그린실세통장" "고수익개발신탁" 등 3개의 상품을
개발, 지난해와 같은 개발건수를 나타냈다.

제일은행과 외환은행은 각각 5건과 4건을 기록, 지난해 개발실적의 절반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같은 신상품의 개발이 은행수지 개선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모은행 관계자는 "실세금리가 한창 오를때 개발한 상품들이 많아 마진율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쟁이 심해 일부상품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가 보잘 것없는 판매실적으로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선 창구의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

상품이 나올 때마다 직원 재교육과 전산작업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같은 비용은 은행 고객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내용이 비슷한
상품을 새 이름으로 재포장해 내놓는 무분별한 상품 경쟁은 자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