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기업 경영인을 얘기할 때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원로 오너 경영인들이다.

이들이야말로 한국의 철강산업을 일으켜 지금까지 이끌어온 주역들이기
때문이다.

철강업계의 대표적 원로는 정인욱(85)강원산업 명예회장과 장상태(70)
동국제강회장이 꼽힌다.

다른 업종 같으면 이미 은퇴했을 나이지만 이들은 아직도 무쇠같은
정력으로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래서 철강업계에서 두 회장은 부도옹이자 대부로 통한다.

강원산업을 창업한 정명예회장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오전 8시30분이면
어김없이 엘리베이터도 없는 본사의 5층 집무실로 출근한다.

퇴근시간은 오후 4시.

지난 89년 장남(정문원)에게 회장직을 물려줬지만 경영에 관한한 아직도
정명예회장의 뜻이 결정적이다.

동국제강의 장회장은 철강업계에서 "쇠고집"으로 유명하다.

철 이외에는 한눈을 팔지 않는데서 나온 닉네임이다.

이 회사의 모토가 "바늘에서 선박까지"인 것도 여기서 유래했다.

지난 40년간 쇠하고만 인연을 맺은 장회장은 그래서 업계에서 장인정신의
표본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편 포철의 김만제회장도 철강업계 경영인 반열에서 절대 빼놓아선
안되는 인물.

경제부총리 출신으로 지난 94년 포철회장을 맡게된 김회장은 특유의
조직 장악력으로 한국 철강산업의 본산 포철을 움직이고 있다.

그는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올초 연임에 성공했고 지난해 선임된
국제철강협회(IISI)회장으로도 맹활약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기도
하다.

< 차병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