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헌(64) 해태유업회장은 하루일과를 컴퓨터 켜는 일로 시작한다.

출근하기전 집에서 먼저 컴퓨터통신망으로 그날의 긴급보고사항과 전날의
영업실적을 확인한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자체 소프트웨어인 인포맨을 통해 수신된
전자메일을 조회한다.

결재할 것이 있을때는 웬만한 경우가 아니면 사람을 부르지 않고 전자결제
시스템으로 처리한다.

민회장이 전자결재시스템을 비롯한 컴퓨터네트워크에 관심을 가지게된데는
무엇보다 미국에서 경영정보학(MIS)으로 박사학위까지 받고 돌아온 외아들
정기씨의 영향이 컸다.

아들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민회장은 4년전에 전자메일 시스템을 과감히
도입했다.

그당시 전자메일은 일부 대기업이나 정보통신업계들에서나 조금씩 확산되고
있을 때였다.

그는 그때부터 환갑나이에도 불구하고 자판익히기부터 시작, 늦깍기
컴퓨터공부에 들어갔다.

관련책을 들추어 하나씩 하나씩 익혀 나갔다.

그래도 모르는 내용이 생기면 회사안에서는 관계직원을 불러, 집에서는
아들에게 물어보면서 배웠다.

어떤때는 새벽 3~4시까지도 컴퓨터와 씨름을 하기도 했다.

이제 민회장은 누구의 도움없이도 자유롭게 전자메일로 결재하고 컴퓨터를
통해 지시사항을 전달할 수있는 단계까지 올랐다.

인터넷망에 들어가 일본이나 미국의 유업계 소식을 접하는 것도 최근에
얻은 즐거움이다.

한발 더 나아가 민회장은 지난해 유업계 처음으로 그룹소프트웨어인
"인포맨"을 도입했다.

그리고 전 사원들에게 의무적으로 컴퓨터통신교육을 시켰다.

또 수원본사 서울 가락동사옥, 영남공장, 호남공장등 19개 지점이 정보를
동시에 공유하고 결재하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했다.

임원들에게는 전원 노트북컴퓨터를 지급, 출장지에서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했다.

이밖에 민회장이 컴퓨터를 이용해 얻을 수있는 큰 잇점 가운데 하나는
일반 직원들과 소비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

자유게시판, 정보입수, 건의함, 도서정보, 소비자의 소리, 아이디어뱅크,
장터방등 다양한 메뉴를 통해 중간간부를 거치지 않은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현장감을 익힌다.

민회장은 "전자결재시스템을 도입하니 절약되는 종이만 연 30만장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며 "서류보관 관리에 따르는 시간 공간절약,
이에따른 인건비절감등으로 엄청난 이득을 보고 있다"고 말한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