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취약성에 따른 경쟁력약화뿐 아니라 엔저의 지속 등 대외여건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다 90년대들어서면서는 우리나라 최대의 흑자 수출국이던 미국
시장에서도 중국 등 후발개도국에 밀려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다.
최근 산업연구원(KIET)이 내놓은 "대미 수출부진의 원인분석"은 미국
시장에서 우리수출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조명해주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전략도 근본적으로는 우리수출상품의 가격 및 비가격
경쟁력의 회복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준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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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적자는 사상 처음으로 2백억달러(통관기준)를
넘어섰다.
반도체 등 주요 교역상품의 가격하락, 엔저지속에 따른 가격경쟁력약화
등에 따른 수출부진이 주범이나 과거 최대 수출시장이었던 미국시장에서의
수출부진도 한몫했다.
재작년 17.4%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던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작년에
10.2%나 감소하는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전체 시장에서 미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90년의 29.8%에서 지난해
16.7%로 급격히 하락했다.
지난 80년에 비해 우리의 수출시장에서 미국시장의 중요성이 크게 줄어
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은 93년에 이어 또다시 3%
이하로 떨어졌다.
미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은 재작년보다
0.3%포인트 하락한 2.9%를 기록했다.
한편 경쟁국인 일본의 시장점유율은 95년의 18.5%에서 지난해 14.8%로
크게 하락했으나 대만은 소폭 하락했다.
반면 중국과 싱가포르는 지난해 시장점유율이 오히려 상승했다.
또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체결이후 교역이 확대되고 있는 멕시코와
캐나다의 시장점유율은 상승추세다.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한 것은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수입구조변화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와 우리나라 및 주요 경쟁국의 시장점유율변화를
살펴보면 이러한 단기적 변동요인 외에도 미국에서 지역별 수입구조의
변화가 진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90년대 들어 미국시장에서 각국의 시장점유율 변화를 살펴보면 한국과
대만 일본의 시장점유율은 점차 하락하고 있는 반면 중국, 싱가포르를
비롯한 아세안국가들의 시장점유율은 점차 상승하고 있다.
또 NAFTA체결에 따른 혜택을 입어 멕시코 및 캐나다의 시장점유율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는 90년대 들어와 미국이 역내교역을 확대함에 따라 역외국가로부터의
수입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다 중국과 아세안 등 후발개도국들이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 수출을 통한 성장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이들 지역에 생산시설을 이전, 미국으로의 역수입이나
수출을 점차 늘려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 결과 지난 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과 EU(유럽연합) 신흥개도국들에
집중되었던 미국의 수입은 최근들어와 멕시코 캐나다 등 북미 중남미국가와
아세안 등 동아시아국가에까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은 엔저로 인한
일본산 제품과의 가격격차확대, 중국산 저가제품의 추격심화, 미국 유통
업계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국내기업의 대응부족, 미국기업들의 경쟁력향상
등 여러 요인이 있으나 가장 큰 이유는 편중된 수출구조이다.
우리나라의 대미수출은 의류 신발 등 전통적인 경공업제품이 중국 등
후발개도국의 제품에 밀려 급격히 퇴조하는 대신 최근 반도체 철강 기계류
등 일부품목의 비중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미수출에서 5대수출상품(HS2단위
기준)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75%에 이르고 있어 이들 5대 품목의 수출이
대미 수출을 좌우하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선진국들의 5대 수출상품 비중이 50% 내외에 그치고
중국의 58%, 비교적 편중도가 심한 대만의 66%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경우
특정품목에의 수출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데 이는 그만큼 수출구조가
취약함을 반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지난해 미국의 수입은 약 5%대의 증가율을 나타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94년과 재작년의 10%를 넘는 증가율에 비교하면 훨씬 낮은 수준인데
이러한 미국의 수입신장세둔화가 1차적으로 우리나라 수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미국의 수입신장률이 극히 낮았던
90년대초보다 더욱 큰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수입신장세의 둔화외에도 우리 주종수출상품의 수입수요가 특히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품목별 수입증가율을 살펴보면 전기 전자제품은 지난해 0.3%의
증가에 그쳤다.
철강 의류 자동차 신발 등 우리나라의 대부분 수출주종상품의 수입이
지난해 전체 수입증가율을 밑도는 신장세를 나타냈다.
다른 경쟁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이 지난해 더욱 부진을 보인
것은 편중된 수출품목구조 외에도 의류 신발 등 전통적인 경공업제품의
수출도 중국 멕시코 등 후발개도국의 제품에 밀려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계속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의류 신발 등 전통적인 경공업제품에 있어 우리나라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90년의 9.7%와 26.6%에서 지난해에는 각각 3.8%와 2.7%로 급감했다.
반면 경쟁국인 중국의 시장점유율은 90년대들어 급격히 상승해 지난해
신발의 경우 미국시장의 50.5%, 의류는 13.6%나 잠식했다.
또 NAFTA체결 이후 멕시코로부터의 의류수입도 급격히 늘어나 의류부문에서
멕시코의 시장점유율은 90년의 2.7%에서 작년에는 9.5%로 급상승했다.
이러한 중국과 멕시코의 시장점유율 증가는 미국 기업들이 임금이 저렴한
이들 국가로 생산시설을 이전해 역수입하거나 이들 국가가 외국인자본을
적극 유치, 비교적 노동집약적인 경공업제품의 양산체제를 갖추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90년대 들어와 확산되고 있는 역내교역과 해외투자의 확대로 미국이
멕시코와 캐나다 그리고 동남아국가들과의 교역을 확대함에 따라 철강
자동차 전자 등 중화학제품에서도 한국과 일본 대만 등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점차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철강의 경우 90년과 작년기간중 일본의 시장점유율이 20.8%에서 11.2%,
한국이 6.5%에서 4.1%로 하락한 반면 멕시코는 3.8%에서 8.1%, 캐나다는
16.8%에서 20.0%로 상승했다.
또 자동차의 경우도 일본의 시장점유율이 같은 기간중 43.0%에서 30.0%로
하락한 반면 멕시코와 캐나다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4.7%에서 11.8%,
29.6%에서 38.5%로 상승했다.
이러한 시장점유율 변화는 부분적으론 미국내 기업이 NAFTA체결이후
멕시코나 캐나다로 생산시설을 이전해 역수입함으로써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다가 이들 품목에 대한 미국의 수입규제가 점차 강화됨에 따라 일본
대만 등 주요 수출국들이 수입규제를 회피하고 무관세 등을 적용받기 위해
직접수출보다는 멕시코 등에서의 현지생산을 통한 우회수출을 강화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TV의 경우 90년대초만 해도 일본과 한국이 10%내외의 대미 시장점유율을
유지했으나 96년엔 한국이 1.6%, 일본이 7.3%로 급감했다.
반면 멕시코의 시장점유율은 90년의 40.0%에서 작년에는 68.3%로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대미수출이 극히 부진한 양상을
나타냈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과는 달리 그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크다고 하겠다.
일본은 우리와는 달리 수출품목의 편중현상이 그다지 심하지 않고 대미
무역흑자의 지속으로 통상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데다 미국에서의 현지
생산을 통해 수출감소를 대체해 나가고 있다.
또 동남아로 생산시설을 크게 이전, 사실상 이들 지역에서의 수출이
상당한 규모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수출품목의 편중이 심해 환율변동 등 대외적인
요인에 의해 대미수출이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데다 아직 해외투자가 초기
단계에 달하고 있어 대미수출의 부진은 바로 전체 수출의 부진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국내경기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수입시장은 점차 수입국이 다변화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미국시장에서의 경쟁이 과거에 비해 더욱 격화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경쟁력향상이 더욱
절실하다고 하겠다.
즉 비용절감 생산성향상 등을 통한 가격경쟁력 뿐만 아니라 품질향상,
소비자들에 대한 서비스 강화, 유통망확충 등 비가격 경쟁력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미국시장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 정리=박영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