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국조세연구원주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금융실명제 보완에 관한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실명제 완화로 지하자금의 양성화를 유도, 중소기업지원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실명제의 본래 취지를 살려 차명거래등을 근절하는등 실명제
를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견해가 서로 맞섰다.

실명제의 완화를 해야 한다는 배경에는 "실명제가 경기둔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 하더라도 자금출처조사가 뒤따르는 한 숨은 돈이 양성화되는
길이 차단돼 있다"(김태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사)는 인식이 깔려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자금줄인 사채자금이 손쉽게 산업자본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채찍보다는 당근을 가미, 책임을 묻지 않는 유인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자금애로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등에 대한 자금순환이 원활해지기 위해서는
이른바 도강세만 내면 불문곡직하고 자금출처조사를 완전 면제해야 할 것
(이시원 (주)부천 대표이사)이라고 강조했다.

민병균 장은경제연구소장도 "정부당국이 자금출처조사를 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 있는한 예금자의 비밀보장만으로는 지하자금의 양성화가 쉽지
않을 것이며 중소기업에 대한 투입자금도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또 소득세 최고세율(40%)에 의한 분리과세의 선택을 허용한다해도 세부담이
만만치 않은데다 부의 사회노출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므로
분리과세보다는 종합과세세율을 대폭 낮춰야 할 것(김 전경련 이사)이라고
주장했다.

숨은 돈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벤처채권이나 수익증권을 발행하고 펀드를
운영하는 것이 보다 실익이 클 것(최경국 대신증권 사장)이라는 대안도
제시됐다.

반면 실명제의 완화에 반대하는 토론자들은 그동안 실명제 실시이후 비용을
치룰 만큼 치뤘다며 이제와서 완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곽태원 서강대교수)
고 지적했다.

가진자들이 세부담등에 불안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이근식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집행위원장은 실명제 보완방향은 오히려
차명거래를 철저히 차단해 투명하고 건전한 경제질서를 세우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명근 서울시립대 교수는 과거의 차명거래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고
앞으로의 차명거래에 대해서는 엄격히 차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사채자금이든 정치자금이든 지하자금의 대부분이 어떤 형태로든
금융시장에 편입돼 있는 상황에서 이들 자금을 양성화하기 위해 실명제를
완화하는 것은 또다른 규제와 부패의 원천이 될 것(이 상임위원장)이라고
지적했다.

< 박영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