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는 문화현상이다.

시류를 반영하는 것도 그래서다.

퇴직금 굴리기와 주택자금 마련에 대한 재테크가 관심을 끄는 것은
요즘 우리 사회현상의 단면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경기침체로 지난해부터 불던 명예퇴직 바람이 올해 들어서도 수그러들것
같지 않다.

요즘의 경제를 뜯어보면 경기회복은 커녕 되레 악화될 것 같은
분위기다.

이에따라 직장에서 거리로 내쫓기는 "고개숙인 아버지"들이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그들의 손에 쥐어지는 것은 공허함과 퇴직금뿐이다.

그들에게 퇴직금은 한없이 소중한 재산이된다.

퇴직금 굴리기가 재테크의 화두로 떠오른 것은 그래서 당연한지도
모른다.


명예퇴직자에게 퇴직금은 생활의 원천이다.

퇴직후에는 잘 버는 것보다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

퇴직금 운용의 기본 목적은 퇴직자의 나이나 보유재산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하지만 크게 네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생활비 마련, 둘째 자녀 학자금 또는 결혼자금 확보, 셋째 노후생활
자금 마련, 넷째 퇴직자가 젊은층이라면 사업자금 마련 등이 될 것이다.

이 가운데 기본 생활비는 무조건 떼어놓고 퇴직금을 운용해야 한다.

또 금융상품에 투자하더라도 안정성 위주여야 한다.

퇴직금은 마지막 밑천이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영업직원과 상담, 퇴직금 굴리기에 적합한 금융상품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대기업에서 이사로 퇴직한 오모(56)씨는 퇴직금 2억원과 그동안 모아둔
돈 1억원을 합쳐 3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2천3백만원은 3년후 막내딸 시집 가는데 쓰고 나머지는
금융기관에 맡기기로 했다.

오씨는 2천3백만원을 확정금리가 보장되는 채권에 투자하면 3년뒤에
3천만원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비용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문제는 2억7천7백만원의 운용방법이다.

오씨의 경우 기본 생활비가 월 2백만원정도 된다.

자금시장 불안으로 금리가 오를지 내릴지 예측을 할 수 없어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확정금리상품과 변동금리상품에 각각 절반씩 투자하기로
했다.

세금우대저축에도 가입하기로 했다.

먼저 2억7천7백만원중 1억3천8백만원을 5년만기 채권에 투자하기로 했다.

확정금리 상품은 가능한한 3년이상으로 길게 투자하는게 유리하다는
조언에 따른것이었다.

1억3천8백만원중 7천2백만원은 세금우대 소액채권 저축에 들었다.

1인당 한도가 1천8백만원이므로 가족 4명의 명의로 4계좌를 개설한
것이다.

나머지 1억3천9백만원은 변동금리 상품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중 7천2백만원은 세금우대가 가능한 자유적립식 목적신탁에 투자하고
나머지 6천7백만원은 매월 이자를 주는 가계금전신탁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렇게 했더니 현재 이자율을 감안할 경우 첫해에는 매월 2백23만원,
2차연도에는 매월 2백12만원, 3차연도와 4차연도에는 매월 1백96만원이
나올 것으로 계산됐다.

월생활비 2백만원을 지출해도 첫해에는 월 20만원, 2차연도에는 월
10만원의 여유자금이 생기는 것이다.

또 딸이 3년뒤 결혼하고 나면 생활비도 줄게 돼 4차연도부터는 여유돈이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