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각 자치구가 운영하는 강습회나 생활체육프로그램에 주부들이
몰려 들면서 구민회관의 역할이 새롭게 정립되고 있다.
"문화센터에서 한번도 강의를 듣지 않은 사람은 동네 아줌마가 아니다"는
농담이 주부들 사이에서 나돌 정도다.
서울시는 지난해 각구청이 실시하는 각종 교육 및 생활체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구는 연인원 3백97만명, 한달 평균 33만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각 구별로 구민회관이나 체육센터를 찾는 사람이 하루 1만명을 넘는
다는 얘기.
불과 2~3년전만해도 구민회관이 사람의 발길이 뜸해 "때도 안끼는"
건물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95년 7월 민선자치단체장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시작됐다.
각 자치구 신민과 호흡하는 구청으로 변신하기 위해 앞다퉈 강습회나
생활체육프로그램을 개설하기 시작했던것.
"이젠 장소가 협소해 강좌를 늘리지 못하는 형편" (유천수 도봉구청장)
이하는 얘기도 나온다.
수강인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분야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꽃꽃이 서예 등 전통적인 종목 외에도 컴퓨터 인테리어 글쓰기 등
실용강좌나 재즈댄스 건강디스코 등 몸매가꾸기에 주부들이 몰린다.
3만원으로 매주 세번씩 볼링을 배우는 강남구 볼링 강좌에는 이달에
50명 모집에 2백명 이상이 몰리기도 했다.
단순한 시간 때우기가 아닌 적극적인 자기계발의 장으로 구민강좌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같은 수요폭발로 구민회관이 협소하거나 구민체육센터를 미처
마련하지 못한 은평구 노원구 중랑구 등 8개구는 부랴부랴 건물을 짓고
있거나 설계에 나섰다.
아침마다 준프로골퍼로부터 골프를 배우고 있는 영등포구 당산동
박소영(34) 주부는 "구청 강좌는 대부분 구에서 강의료를 부담해 장소
사용료만 일부 부담하면 들을 수 있어서 좋다"며 "강사진이 성실한 점도
주부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이라고 말했다.
< 김주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