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구제조업체에 새로운 판매방식이 붐을 이루고 있다.
새 방식은 다름아닌 전문업체에 판매를 위임하는 위탁판매 방식.
오랫동안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데다 판매망을 구성할 능력과 자금도
없는 영세 가구업체들이 판매에 신경쓰지 않고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어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구업체의 이같은 신기법은 현재
서울지역 가구업체들이 조합형태로 결성한 "가보로"를 비롯, 수도권의
"21세기 가구랜드", "아낌없이 주는 나무" 등이 활발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서울등지에 대규모 가구제품 전문전시장을 차려놓고 제조업체로
부터 공급받은 제품을 판매하면서 최소한의 운영수수료만 붙여 소비자에게
직판한다.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경우 배달은 제조업체에서 직배해 주고 제품
하자가 발생할 경우 바로 교체를 해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수리보다 교체가 신속할뿐더러 하자품을 공장에서 수리하는게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또 서비스기간을 별도로 두지 않고 소비자가 이사하는 경우에는 가구의
배치와 수평균형을 맞춰주는 서비스도 펼친다.
이같은 판매과정이 이들의 노하우다.
이를통해 제조업체들은 전문판매업체로부터 15일단위로 대금을 결제받는다.
흔히 3개월이상의 어음결제를 감수해야 하는 일반거래에 비해 파격적인
조건이다.
이때문에 제조업체들은 이윤없는 공장도가격으로 납품을 할 수 있어
소비자와 판매업체, 제조업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판매기법이다.
실제로 장농과 소파, 장식장 등을 취급하는 1천여점의 가구들은 일반
시중가격과 비교해 60~70%의 가격으로 판매하는데다 사후서비스도 완벽해
소비자들로 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지난 2월중순께 인천계산점을 연 "21세기 가구랜드"가 월평균 2억원의
매출을 단숨에 올리는 등 판매전문업체들은 이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1세기 가구랜드"의 김승환대표는 "오랫동안 가구업종에 종사한 경험을
살려 이같은 신기법을 창안하게 됐다"며 "영세기업의 생산과 판매를 전문화
시켜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판매전시장은 주로 대도시나 신도시에 속속들어서고 있는데 가보로가
서울에 전시장을 설치한 것을 비롯,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일산에,
21세기 가구랜드가 인천 계산과 안양, 안산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50~1백여개의 중소가구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납품과 대금결제,
하자보수 등의 토털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21세기 가구랜드"에 가구를 납품하는 거성테크노의 이은세 사장은
"제조업체입장에서 판매부분을 신경쓰지 않고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어
무엇보다 좋다"며 "이런 방식이 가구업체 회생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가구판매전문업체들은 단기간의 빠른 성장에 힘입어 전시장을 대폭
늘려나갈 계획들이다.
"21세기 가구랜드"는 인천 계산점에 이어 오는 7월께 일산에 1천여평
규모의 대형전시장을 설치할 계획인 것을 비롯,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가보로" 등도 서울과 신도시 등에 속속 전시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앞으로 시장규모가 급속도로 성장할 것에 대비, 판매기법과 상호에
대한 독점권을 행사하기 위해 특허등록 등을 출원해 놓고 있다.
소파 등을 전문생산하는 아베의 이찬호 전무는 "시장을 지방으로 넓히기
위해 물류센터를 설립하고 일요일 택배시스템의 도입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편리하고 신속하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체제를 구축하면 우리
가구업체들도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내보인다.
대표적인 불황산업으로 지칭되는 가구산업도 새로운 판매방식으로 회생의
길을 다져가고 있다.
< 인천=김희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