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물은 충분한가"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지구촌의 관심사가 물에 쏠리고 있다.

올 행사의 주제는 수자원의 안정적 공급문제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물값이 기름보다 비싸다.

그러나 다가올 21세기에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이런 현상이 보편화될
전망이다.

물로 인한 국가간 분쟁도 빈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과 같이 선진국들이 물을 과소비하고 수자원을 둘러싼 제3세계의
갈등이 조정되지 않을 경우 군사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소재 세계물정책연구소의 샌드로 포스테로소장은
지난해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제 물심포지엄에서 세계적인 물 전쟁의
가능성을 예고했다.

세계은행도 최근 20세기의 국제간 분쟁원인이 석유에 있었다면 21세기는
물이 분쟁원인이 되는 시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60년대 말 제3차 중동전도 시리아가 요르단강 상류에 인공댐을
만들면서 촉발됐다.

이스라엘이 중동국가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골란고원의 합병을 선언한
것은 물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물을 둘러싼 국가 분쟁은 현재도 계속 되고 있다.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을 둘러싸고 시리아 이라크 터키가 영토분쟁을
하고 있으며 수단 이집트 우간다는 나일강을 두고 대치하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는 갠지즈강,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다뉴브강을 둘러싸고 물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각국이 물 확보에 생존을 걸고 있는 것은 인구증가와 기상이변
등으로 수자원 고갈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

현재 지구상 물의 총량은 13억8천5백만입방km로 추정된다.

바닷물이 97%인 13억5천만입방km이고 나머지 3%인 3천5백만입방km만이
식수와 공업용수로 사용이 가능한 민물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지구상의 물 공급량은 연간
9천입방km이나 인간이 실제 쓰는 양은 4천3백입방km에 불과하다.

절대량으로는 충분하지만 문제는 물이 지역적으로 편재하고 인구증가에
따라 물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

1940년대 23억명이던 세계 인구는 90년 53억명으로 2배이상 늘어났으며
오는 2025년에는 83억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증가와 도시화로 전통적인 물부족 지역외에 미국 캘리포니아와 같은
주요 도시지역으로도 물부족 현상이 확산되는 추세다.

유엔인간거주위원회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카이로 라곳, 아시아의 베이징
상하이 봄베이 캘커타 다카 카라치 자카르타 텔아비브, 남미의 상파울루
멕시코시티, 미국의 휴스턴 로스엔젤레스, 영국의 카디프 등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들의 물부족이 이미 심각한 상태로 접어들었다.

관개시설이 부족하고 시설비용이 증가하면서 아프리카 아시아지역 등에
물부족으로 농경지가 크게 줄어들면서 기근현상이 심각해져 제3세계 빈국의
식량난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물부족은 이제 세계적 문제다.

유엔 등 국제기구가 물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다가올 21세기 세계평화도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