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어머니가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배경과 이유가 늘
궁금했는데 그 발자취를 되짚어보고 싶어요"
올해 아쿠타가와 문학상을 받은 재일동포작가 유미리씨(29)는 20일 오전
서울 출판문화회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회가 된다면 정신적 모태인
한국땅에서 생활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수상작 "가족 시네마"(고려원)출간과 자신의 희곡 "물고기의 축제"
공연관람차 내한한 그는 "일본우익의 폭탄테러 위협으로 무산된
독자사인회를 한국에서 갖게돼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일본국적이 없으므로 일본인이 아닌데다 한국말을 못하니 한국인도
아니고, 중학교 졸업장밖에 없는 제게 삶의 원동력은 "쓰는 일"입니다.
내세울게 아무것도 없는게 오히려 글쓰는데 도움이 돼요"
그는 "옛날엔 공동체적 가족사랑이 강조됐지만 정보화사회로 옮겨오면서
가족애보다 자기애가 중시되고 있다"면서 "일본이나 한국이 고도성장
과정에서 가시적인 요소에 너무 집착했는데, 보이지는 않지만 정말 소중한
것은 가족과 인간관계"라고 강조했다.
"죽음"을 문학적 주제로 다룬 것도 이같은 소중함을 잊지말자는
뜻에서라고.
그는 이어 "''가족 시네마''가 일본에서 출간 한달여만에 23만5천부 이상
팔렸다"며 "이는 일본의 순문학 독자층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부모의 별거로 뿔뿔이 흩어져 살다가 가족 소재 영화촬영을 계기로
20년만에 재회한 가족얘기가 현대사회의 소외와 고독감을 잘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이날 오후 교보문고 독자사인회, 독자와의 만남 행사에 참여했으며
21,22일에는 KBS의 "사람과 사람들"과 MBC의 "일요광장"프로그램에 출연할
예정이다.
23일 오후에는 "청소년을 위한 강연회"를 갖고 연극 "물고기의 축제"를
정동극장에서 관람할 계획이다.
<고두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