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내 일부 대선주자들 사이에 "반 이회창연대"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와 박찬종 고문이 18일 낮 프라자호텔에서
약 1시간가량 오찬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은 박찬종 고문이 이한동 이홍구 고문 등과 함께 소위 "반 이회창"
연대의 일원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대표와 함께 당내기반이 적은 "영입파"
라는 측면에서 특별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회동이 끝난후 이대표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오랜만에 만나서 당의
화합을 위해 열심히 일하자고 했으며 정치적인 얘기는 거의 나누지 않았다"며
이날 논의된 내용에 대한 답변을 피했다.

반면 회동후 기자간담회를 가진 박고문은 이대표와는 대조적으로 이날 논의
된 내용을 비교적 자세히 밝혔다.

박고문은 "경선과 관련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며 "다만 경선후보 선출을
위한 대의원수를 가능한 늘리는 것이 좋겠다고 이대표에게 건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경선관련 이야기보다는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집권여당이 난국을
풀어나가는데 앞장서야 한다는데 이대표와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박고문은 특히 "대선예비후보인 이대표가 대표직을 맡은데 대해 모두가
주시하고 있다"며 "당 대표는 소절에 얽매여서는 안되며 의혹이나 의심받을
만한 언행을 해서는 당화합이 어렵다"고 신중한 처신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대표의 인선과 관련, 당총재가 갑자기 대표를 지명하고 이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위에서 박수로 대표를 선출한 점은 개선돼야 한다"며
모든 당의사기구의 민주화를 제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은 한마디로 이대표는 소위 "반 이회창연대"의 일원인 박고문에게
"협조"를 부탁하고 박고문은 대표가된 자신의 경선경쟁자에게 "공정한 선거
관리와 신중한 처신"을 요구한 자리로 해석할수 있다.

특히 박고문은 이날 회동에서 국제수지 적자축소를 호소하기 위해 개인적
으로 시민들을 만나 노상 강연회와 토론회를 갖겠다는 입장을 이대표에게
전하고 사전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표는 대표가된 만큼 행동을 극도로 조심하라고 하면서 박고문 자신은
어떻게 보면 선거운동이라고 볼수 있는 경제강연회를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어쨌든 "이회창 발목잡기"식의 이같은 박고문의 행보가 향후 이대표와 소위
"반 이회창연대"간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고볼 일이다.

< 김선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