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선거에는 나가지도 말고 누가 추천해도 안하겠다고 해라"

3월 신학기를 맞아 초.중.고별로 반장선거가 진행중이지만 후보출마자가
없어 애를 먹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일단 자녀가 반장에 선출되면 학교 운영위원회와 대의원회
학부모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등 골치아픈 일이 많다보니 부모들이
자녀의 반장 출마 자체를 아예 포기토록 종용하고 있는데 기인하고 있다.

또 최근 맞벌이 부부들이 늘어나고 전업주부라하더라도 자기계발을 위한
취미활동에 적극성을 띠면서 시간만 뺏기는 학교활동을 기피하는 것도 한
요인.

특히 고등학교 상급학년의 경우 입시준비를 위해 반장은 물론 간부로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는 학생이나 부모가 대부분이다.

현재 서울 및 수도권 등의 각급학교의 경우 자녀가 반장이 되면 부모는
대개 학교운영위원회의 당연직 회원이 된다.

따라서 부모들은 최소 한달에 2~3회 학교에 들러 각종 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찬조금도 만만치 않게 내야 한다.

소풍 스승의날 운동회 등 학교 행사에는 온갖 뒤치다꺼리를 맡아야 한다.

경기도 일산 P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박모(37)씨는 "1학년때 학교
운영위에서 활동하다보니 너무 힘들고 지쳐 올해는 아무 활동도 안하려고
아들에게 반장선거에 나가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다"며 "지난해 함께 활동한
다른 학부모들도 올해는 못하겠다며 운영위원이나 대의원직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5학년 담임교사는 "줄곧 반장을 해온 아이가
어머니의 만류로 반장출마를 포기했다"며 "부모들이 예전에는 자녀가 반장이
되는 것을 무척 영예롭게 생각했는데 요즘은 학교 일이 부담스러운지 반장에
뽑히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