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가입 이후 수출지원책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져 온 수출보험마저도
이젠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산하기구인 GOP에서 우리의 중장기 수출보험 요율을 대폭 인상하라고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장기 수출보험은 한국수출보험공사측이 수출기간이 2년이상인 품목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보험.

선수금을 제외한 수출금액에다 요율을 곱해서 산출한 보험료를 내면 수출
지역의 비상사태나 바이어파산등으로 수출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보험금을
받게 된다.

우리의 경우 보험료율이 매우 낮은 탓에 수출지원제도로 적극 활용돼 왔다.

특히 주요 이용기업이 선박 플랜트등 수출규모가 매우 큰 업체들이었음을
감안하면 든든한 수출 보장장치였다.

이번에 요율 인상문제가 불거진 것은 "OECD가입에 따른 대가 지불"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OECD에 가입하면서 산하기구인 GOP(공적 수출 지원
참여자 그룹회의)에도 함께 참여했다.

당시 GOP내에선 공정한 경쟁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중장기 수출보험제도의
요율을 통일시키자는 논의가 미국 일본 EU국가들에 의해 진행중이었다.

GOP에 참여한 한국은 자동적으로 대상이 됐다.

문제는 OECD안이 현재 우리 요율보다 훨씬 높다는 데 있다.

요율이 높아진 만큼 보험료 부담도 커진다.

결국 OECD가입으로 수출경쟁력에 발목을 잡혀 버린 셈이다.

체코나 멕시코는 수출이 어려운 점등을 들어 OECD에 가입하면서도 GOP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수출기간을 11.5년으로 가정할 때 업체들의 부담은 얼마나 될까.

수출지역 위험도에 따라 7등급으로 나눠지는데 중간인 4등급의 경우 OECD안
은 7.52%, 현재 우리 요율은 1.80%이다.

2억달러짜리 LNG수송선을 수출하는 조선업체를 가정해 보자.

선박은 통상 수출금액의 20%를 선수금으로 받는다.

따라서 단순계산으로는 1억6천만달러에 요율(1.80%)을 곱한 2백88만달러가
보험료.

그러나 OECD안을 적용하면 1천2백3만2천달러로 치솟는다.

결국 이 업체는 9백15만2천달러어치 만큼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셈이 된다.

약 5%정도 가격을 더 받거나 떨어뜨려야 한다는 얘기다.

통일 요율안 적용때 우리의 수출이 얼마나 힘들지를 웅변적으로 알려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선박 수주물량이 70억5천만달러어치인 6백95만t이었음을
감안하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결국 낮은 기술력을 수출보험을 통한 가격경쟁력으로 극복, 수출을 하던
기존의 패턴은 이제 더이상 통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등급이 낮아질수록 요율의 증가폭이 크다는 점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먼저 우리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기술력을 갖춘 선진국 업체들의
수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GOP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는 우리보다 가격경쟁력을 더 갖게 된다.

따라서 기술력에서 밀리고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는 이중고를 떠안는 셈이
됐다.

< 박기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