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경제의 뜨거운 감자 ''소비자물가지수(CPI) 시스템의 개편''이
임박했다.

미국의 CPI 개편작업은 미국의 금리변동과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에도
상당한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외국에서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와 공화당이 이끄는 국회는 이 문제를 놓고 작년초부터
지루한 눈치 싸움을 벌인 끝에 최근 백악관이 악역(?)을 맡는 것으로 교통
정리됐다.

6일 미국의 언론들은 "대통령이 총대를 메기로 결정, 진 스펄링 백악관
국가경제협의회(NEC) 의장이 앞으로 행정부의 모든 관련 부처들과 의회,
관련 이익집단들과의 합의도출작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CPI는 사회보장연금등 각종 복지예산의 "돈액수"를 결정하는
기초자료다.

CPI가 개편되면 미국 재정적자의 주범격인 복지예산편성시스템도 자동적
으로 바뀔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발행해온 채권발행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나아가 미국의 금리에도 여파를 미친다.

미국의 금리는 당연히 국제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게될 것이다.

미국의 CPI개편은 단순히 미국국내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동안 미국의 소비자물가산정 시스템은 인플레이션율을 과대평가하는
것으로 지적돼 왔다.

물가지수가 높게 나오면 소비자 즉, 국민의 생활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올수밖에 없다.

이는 소비자단체나 노조등이 연방복지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압력을
행사하는 명분으로 작용해 왔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산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재정적자해소를 경제
정책의 등록상표로 삼고 있는 공화당이었다.

의회를 장악하고 균형예산의 스케줄까지 만든 공화당은 작년에 스탠퍼드대학
의 마이클 보스킨 교수등에게 의뢰, 현재의 CPI시스템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작년말에 의회에 보고된 연구결과는 "매년 1.1%포인트 정도 인프레이션을
과대측정해 왔다"는 것.

이 보고서는 시스템의 왜곡을 교정할 경우 앞으로 10년간 1조달러의
사회복지예산을 줄일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재정적자해소를 정책과제로 내세웠지만 막상 정치경제적인 명분을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해온 공화당으로선 "구세주"같은 보고서였다.

집권초기부터 재정적자해소를 독촉받아온 클린턴으로서도 명분축적용으로선
안성마춤이었다.

하지만 막상 이 보고서를 토대로 국회와 행정부 양자중 어느쪽도 직접
칼자루를 쥐는데는 망설일수밖에 없었다.

복지지출의 혜택을 받는 유권자수가 무려 6천만명.

이들 유권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복지예산의 축소를 목표로한
CPI시스템의 개편은 정치적으로 무덤을 파는 행위나 다름없다.

이로인해 국회행정부 노동계등 이해당사자들이 합의를 이루는데 1년이상
끌면서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다가 클린턴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돌파구가
마련됐다.

이제 당장의여론보다는 이른바 역사에 남는 대통령의 업적을 염두에 두고
있는 클린턴은 인기없는 정책이지만 스스로 짐을 지겠다고 나선 것이다.

클린턴이 이렇게 나오자 이번엔 공화당은 한발짝 더 물러서고 있다.

의회다수석에 연연하고 있는 공화당으로선 유권자들의 비난을 의식한
나머지 입법절차를 없이 모든 것을 행정부에서 알아서 해주도록 종용하고
있다.

클린턴은 묘안을 찾은 끝에 행정부의 노동통계국과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에서 이 작업을 전담하도록 지시했다.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의 미온적인 태도로 또다시 미궁에 빠질 것 같았던
CPI개편작업은 지난주 사회보장의 핵심이익단체인 미 퇴직자협회(AARP)가
뜻밖에도 클린턴의 방식을 지지하고 나섬으로써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소비자물가지수 개편작업은 한국 일본등도 당면경제과제의 하나이지만
이익집단의 이해상충으로 인해 "고양이 방울 달기" 식으로 개편작업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미국의 이번 개편작업은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여파뿐만 아니라 개편과장
에서의 합의도출과정이 미국과 같은 고민을 해온 다른 나라들에 타산지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이동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