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완식 <한화에너지 사장>

3월은 1월 못지 않게 "시작"이 많은 달이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만물이 소생하고 학생들은 새학기와 함께 새로운
배움을 시작한다.

새로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충만한 에너지가 내재돼 있다.

그 마음에 명확한 목표를 갖고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희망과 정열로
가득하다.

새로 시작하는 사람은 겸손하다.

주위의 모든 것에서 배우려 하며 이를 자기발전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

새로 시작하는 사람은 또 정도를 걸으려 한다.

성실한 자세로 미래를 설계하며 얼마의 노력을 들여야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시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사례를 우리는
주위에서 쉽게 접할수 있다.

그러나 좋은 시작을 하고도 무한경쟁의 회오리속에서 살아남기가 매우
힘든 것이 또한 사실이다.

시잘할 때의 마음가짐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부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의 상태를 한마디로 진단한다면 "망각"그 자체다.

처음 시작할때의 마음가짐에 대한 망각이다.

이 때문에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각분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는 미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경제는 무역수지
환율 물가 금리등 온갖 지수가 암울하기만 하다.

거기다 각분야가 저마다의 의견으로 분열되고 있다.

고무적인 것은 늦게나마 사회 각계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분위기로
반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재계도 이대로는 안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한
새로운 시작을 모색하고 있다.

근로현장에서는 노사가 화합해 힘을 합치고 새로운 협력관계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리고 정부도 나름대로 과거의 모습을 불식시키고 새로운 위상을 세우려
하고 있다.

최고지도자로부터 평범한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것이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볼때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지 않겠는가.

이러한 마음이 오랫동안 변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