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영업실적과 주가는 과연 같이 움직이는 것인가.

최근 약 10년간의 기업실적에 비춰 한국과 미국의 주가흐름은 퍽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국에선 평균EPS(주당순이익)가 80% 늘어나면서 주가도 2백14%의 상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선 평균EPS가 29% 줄어들면서 24% 하락했다.

결국 장기적인 주가움직임은 영업실적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경우엔 수익성이 꾸준히 개선되면서 주가도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오름세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미국의 평균EPS는 지난 88년말 22.55달러였던 것이 지난 1월말엔 40.6달러로
높아졌고 뉴욕시장의 다우지수는 2,168포인트에서 6,813포인트로 치솟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상장사들의 평균적인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다.

88년말에 회사당 1천8백78원이던 평균EPS가 지난 1월말엔 1천3백31원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동안의 높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EPS가 이처럼 떨어진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수익성 증가를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주식공급물량이 쏟아진 결과라는
진단이다.

기업들이 값싼 자금마련 수단으로 유상증자 규모를 크게 늘린데다 수익성이
작은 기업들의 기업공개가 잇따라 이뤄졌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 10년사이 실물경기의 호황과 불황사이클이 교차되긴 했지만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88년말의 907선에서 지난 1월말엔 685선으로 밀려났다.

그동안의 엄청난 공급물량을 견뎌내지 못했다는 점을 여실히 반영하는 대목
이다.

싯가총액에 대한 연간 주식공급물량의 비중을 따져보면 우리나라의 공급
부담은 더욱 잘 나타난다.

지난 87년부터 95년까지의 싯가총액대비 주식공급비중은 미국의 경우 평균
1.59%에 그치는 반면 우리나라에선 6.0%에 달하는 실정이다.

특히 88년과 89년에 12%를 넘었던 과도한 공급비중이 90년대 초반의 주가
대폭락을 빚은 주범으로 풀이된다.

또 90년이후 3~4년간의 공급비중이 4%를 밑돈 결과 94~95년의 주가상승을
몰고왔다는 것이다.

이같은 점에 비춰 앞으로의 주가는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이와 관련해 증권전문가들은 "한통주의 상장문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향후 공급물량은 상당히 제한될 것으로 보여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난해 10월부터 기업공개와 유상증자 요건이
강화돼 공급물량 증가로 인한 EPS 감소효과는 완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 손희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