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신임경제수석은 고집센 "시장경제신봉자"다.

어정쩡한 시장중시론자와는 달리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신념이 확고하다.

집무실에 걸어놓은 "경쟁이 꽃피는 경제"라는 글귀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재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계열사간채무보증철폐 기업집단연결재무제표도입
을 추진하는등 대기업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공정거래위원장시절 주어진 틀안에 머물지 않고 대기업정책 금융개혁등
경제현안에도 자기 목소리를 낸 것을 보면 각종 개혁조치를 강도높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 신임 경제수석은 28일 기자들과 만나 "비서관은 얼굴없는 직책"임을
강조, "대통령과 경제부처사이에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그림자
수석"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시장경제를 강조하고 경제력 집중억제책을 펴왔는데.

"시장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경제력 집중현상을 해소하고 정부의 각종
규제를 줄이되 공정거래차원에서 최소한의 제재만 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시장을 살려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평소 대기업에 대해서는 강경론자로 알려져 있는데.

"부의 형평성을 문제삼을 때가 아니다.

그보다는 경쟁격화 정보화 소비자권익보호등으로 특징지어지는 현 시장
상황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업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정치일정과 관련, 입장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정치의 계절이라고 해서 경제논리가 밀려서는 안된다.

경제논리대로 풀었다면 한보사태도 없었을 것이다.

모든 경제정책은 합리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한보사태등으로 경제운용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양책을 쓰지 말라는 IMF의 최근 충고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한다.

다만 보다 구조적인 개편노력이 강화됐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 박기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