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선사동맹(TSA)이 오는 5월부터 태평양항로의
행상운임을 5~10% 올리기로 결정하자 화주협회가 반발하고 나서 양측의
대립이 점차 첨예해지고 있다.

선사동맹은 현재의 해상운임은 바닥이어서 채산성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주장하며 운임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대변인을 통해 공식으로 밝혔다.

이번 인상은 아시아지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화물에만 적용된다.

이에 대해 화주협회는 해상운송의 시장불황을 무시한 처사라며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사동맹의 회원사로는 우리나라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비롯 미국의
시랜드, APL, 일본의 NYK, 홍콩의 OOCL, 대만의 에버그린, 양밍, 중국의
코스코, 유럽의 머스크, PLO, 이스라엘의 짐라인등 15개사이다.

선사동맹은 95년이후 40피트 컨테이너당 요금이 4천2백달러에서 3천5백달러
로 떨어졌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로는 선사들간의 과당경쟁으로 이 수준을
훨씬 밑돌고 있다는게 업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로인해 선박회사들의 적자폭은 날로 커지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선사들은 그 어느 때 보다도 해상운임인상에 단호한 태도를
내비치고 있다.

항로를 조절하거나 배투입 횟수를 줄여서라도 운임인상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다.

이러한 해상운임 인상에 대해 우리기업들은 당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대미 수출가격경쟁력이 저하되는 마당에 운임부담까지 겹치면
더욱 어려워질 건 불을 보듯 뻔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특히 우리기업들은 대미수출물량의 대부분을 선사동맹회원사들에 의지하고
있는데다, 수출업자가 운임을 부담하는 CIF나 C&F 물동량이 70% 이상이어서
그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선사동맹이 운임을 올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회의론이 무성한 것도 사실이다.

우선 선복량이 물동량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선복량은 15% 증가했으나 물동랴은 4%만이 늘었다.

올해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또 하나는 선사동맹의 느슨한 결속력이 지적되고 있다.

중국의 코스코사의 경우는 원가개념이 없이 덤핑운항을 하는 것으로 소문나
있다.

인건비가 싸고 선박이 많아 닥치는대로 화물을 실어나르고 있다.

미국선사도 아직은 믿을게 못된다.

지난 95년 운임인하의 경쟁을 촉발시킨 회사는 APL이었다.

선박회사들간의 과당경쟁이 일어날 소지는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어쨌든 행상운임을 둘러싼 공방은 앞으로 계속될 것 같다.

그폭이 관심사이긴 하지만 행상운임의 인상으로 분위기가 잡혀가는 것도
사실이다.

적자운항의 종식을 선언한 선사동맹과 미국시장에서의 경쟁력약화를 우려
하는 화주들간의 접합점을 어디에서 찾느냐가 과제로 남아 있을 뿐이다.

< 뉴욕=박영배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