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균 <현대경제사회연 정책연구실장>

중국의 작은 거인 등소평이 세상을 떠났다.

원래 개혁적인 사고를 지닌 등은 그러한 성향으로 인해 3번의 실권과
3번의 복권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성격의 삶을 경험해야 했다.

1978년이후 당권장악과 함께 개혁.개방을 선도한 그는 중국을 세계경제
대국의 반열위에 올려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의 개혁적이고 실용적인 사고는 전통과 개혁, 정치와경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시장경제간에 존재하는 갭을 축소.해결하기위한
주관적인 노력으로 이어졌으며 나아가 중국을 쇄국에서 개방으로 일원화에서
다원화로 빈곤에서 풍요로 이끌었다는 객관적인 결과를 얻어내고 있다.

다시말해서 "중국적 특색을 지닌 사회주의"로 대표되는 등의 개혁구상은
공산주의 이념에 찌들었던 중국을 구소련이나 동구 제국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전환시켰던 것이다.

등이 개혁.개방을 실시하게된 근본적인 배경은 과거 모택동에 의한
사회주의실험의 후유증인 경제파탄을 치유하는데 있었다.

이 치유과정에서 등은 정권수립연도인 1949년부터 2050년까지 1백년간을
"사회주의초급단계"로 규정하고 이 기간중 사회주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자본주의적인 요소도 도입.활용할수 있다는 기상천외의 논리를 전개해 왔다.

그는 이러한 논리를 통해 경제적인 변화가 정치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도식을 적절히 차단시키면서 경제발전을 꾀했다.

아울러 인센티브 구조를 공보다는 사,정신보다는 물질로 전환함으로써
개혁효과와 극대화를 추구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부를 통한 정권안정이 등의 구상이었다.

그래서 그는 "가난이 사회주의가 아니다"라고 명확히 지적한 바 있다.

결국 오늘날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은 현 정권의 정당성확보와 직접
연계되어 있으며 그 목적은 현정권의 정당성확보와 직접 연계되어 있으며
그 목적은 현 정권의 유지.발전에 있음을 알수 있다.

따라서 향후개혁.개방정책을 중지될수도 없고 중지되어서는 않될 그들
나름대로의 중요성이 내포되어 있는것이다.

"중체서용"이란 청나라 말기 개혁 세력들이 내세운 것으로, 중국의 것을
근본으로 하되 서양의 기술을 접목시켜 부국강병을 달성하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볼때, 사회주의를 근본으로 하되 자본주의를 접목시키자는
현 중국 지도층의 논리는 "사체자용"이라 표현할수 있다.

그러나 현 중국이 과연 사회주의를 근본으로 하고 있다고 할수 있을까?즉
외래 사상인 사회주의 이념이 50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동안 수천년에
걸친 사고를 배격하고 중국인들의 영혼을 지배할수 있었을까?

그 대답은 현재 중국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을 보면 분명해 진다.

지금 중국인들은 과거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명분과 실질을 동시에 활용하는 중국인의 행동 양식에서 볼때,
지금 그들에게 있어서 사회주의란 명분일 뿐이다.

즉 그들이 말하는 "중국적 특색을 지닌 사회주의"란 바로 "중국적
특색을 지닌 자본주의"의 명분상 명칭에 불과한 것이다.

중국에 있어서 명분과 실질은 전혀 다른 존재가 아니라 동전의 양면과
같음을 인식해야 한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등소평의 사망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상징하고
있다.

그동안 개혁.개방의 진척과 더불어 중국 경제는 두가지 길을 동시에
걸어왔다고 볼수 있다.

즉 외부 세계와 상호 의존성 확대라는 원심력적인 추세와 중국인들을
경제적으로 엮어놓는 구심력적인 추세이다.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전자보다는 후자일 것이다.

즉 "중국적 특색을 지닌 자본주의"는 보다 팽창하여 중국인 이라는
민족적인 요인을 바탕으로 한 "중화경제권"형성으로 점차 연결되어 나갈
것이다.

우리는 이제 등사후 사회주의 중국에 대한 변화 전망보다는 향후 다가올
"중화경제권"의 형성 가능성에 눈을 돌려야 한다.

왜냐하면 향후 우리 경제가 중국 경제나 일본 경제와 유리될 경우
동아시아 지역내에서의 자리 매김이 애매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전개되고 있는 "중국적 특색을 지닌 자본주의"의 발전을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

다가올 중국은 사회주의의 보루가 아니라 경제적인 역량이 결집될
중국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