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은 18일 황장엽 노동당비서 망명사건과 관련, "비겁한 자들은
갈라면 가라"고 말해 한국으로 망명을 신청한 황비서의 망명을 허용할 뜻이
있음을 확인했다.

북한 중앙방송은 이날오전 10시30분께 "우리의 승리의 표대는 붉은기"라는
제하의 "방송정론"을 통해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동지께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고 전제, "혁명가요에 있는 것처럼 비겁한 자들은 갈라면 가라.
우리는 혁명의 붉은기를 끝까지 지킬 것이다. 우리는 주체의 깃발을 더 높이
추켜들고 나갈 것"이라고 보도했다고 통일원이 전했다.

이는 북한 외교부 대변인이 17일 밝힌 내용을 다시한번 확인한 것으로
황비서 사건의 향후 처리방향이 주목된다.

특히 김정일의 발언은 황비서의 자유의사 확인을 전제로 망명사건을 해결할
수있음을 북한의 최고권력자가 언명한 것이어서 중국당국의 황비서 신병
처리가 가까운 시일내에 결정될 가능성을 뒷받침해 주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북한이 황비서의 망명 수용을 거듭 시사함에 따라 제3국의
개입 없이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황비서의 ''한국직행''을 성사시키기로
방침을 정하고 주중대사관에 긴급 훈련을 내리는 등 중국측과의 교섭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북한측이 요구할 경우 중국측의 황비서 자유의사 확인과정에
북한측 관계자의 입회를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이건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