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에서 강변도로를 타고 서울시내 쪽으로 2~3km 들어오다보면
강건너 왼쪽편에 큰 언덕이 나타난다.

얼핏 보면 도심을 지키는 성채로 보이기도 하고, 위치를 잘 잡은 동산
같기도 하다.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일원 80여만평은 지금은 인공 동산으로 바뀌었지만
원래 그 자리는 한강 하류의 조그마한 섬이었다.

난지도라는 이름이 붙여지기 전에는 중초도라고 불렸다.

글자 그대로 조그마한 섬 중앙에는 각종 풀들이 무성하였고 철새들이
날아들어 서울의 멋과 아름다움을 한껏 더해주던 곳이었다.

그러던 것이 78년 서울시가 이곳을 쓰레기매립장으로 정하고 15년간
도시폐기물의 임시저장 및 소화장소로 활용한 이후 섬은 온데간데 없이
거대한 쓰레기 동산으로 변한 것이다.

이곳에는 3천~4천명에 달하던 난지도 재건대원들이 삶의 텃밭을 가꾸고
있던 곳이었다.

사회의 흐름에 뒤처진 사람, 혼돈시대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지쳐버린
사람, 제도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도망나온 사람, 도심의 몰인정으로
그냥 내팽개쳐진 사람, 꿈을 좇다가 사라진 사람들의 주변인물 등이 주위를
온통 뒤덮은 먼지 파리 악취 유독가스속에서 숱한 애환과 뒷얘기들을 남기고
있다.

난지도에 쓰레기매립을 중단한지 4년째를 맞는 지금 난지도 주변에는 풀과
나무들이 다시 자라고 있다.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옛 중초도 시절의 모습을 부분적으로나마 되찾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쓰레기 동산위에 피어난 풀과 나무들이 생태학적으로 온전한
것인지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왠지 그 모습들이 어색하고 멋이 없어
보인다.

난지도의 원상복원에는 20~30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다.

난지도는 자연생태 공원으로 조성되어 21세기 서울의 마지막 남은 녹지
공간 및 휴식공간으로 사용될 것이다.

난지도에 풀과 나무가 원상으로 복원되고 각종 철새들이 날아와 옛이름
그대로 중초도의 모습을 되찾고 우리 다음 세대들의 꿈과 희망의 동산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