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인터뷰] 김한종 <고속철도공단 이사장>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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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이래 최대 역사라는 경부고속철도건설사업의 부실문제가 도마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철저한 사전준비없이 서둘러 착공했다는 비판은 이제 진부하다.
터널의 경우 총알같은 속도로 차량이 들어갔다 나올때 엄청난 압력이 작용
하게 되는데 터널구조물 등이 과연 이에 따른 안전성을 확보했느냐 하는
전문적인 물음도 나온다.
최근에는 도입기종인 프랑스의 TGV가 추위에 운행중단된 사례를 들어
도입기종 선정이 잘못되지 않았느냐는 문제제기 등 국민들의 의혹은 깊고
다양하다.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은 지난 92년6월 시험선 구간(천안~대전)을 착공한
이후 지난해 하반기 65%의 공정을 보인 시점에서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안전진단''과 설계 재검토 등이 그 이유이다.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은 오는 3월말까지 안전진단에 대한 평가작업을
마치고 이를 토대로 4월부터 본격적으로 공사가 재개된다.
건설사업이 본궤도에 진입하는 것이다.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집무실에서 경부고속철도 건설의 사령탑인 김한종
고속철도공단 이사장을 만나 불거져있는 국민들의 궁금증에 대한 해소방안을
들어봤다.
[ 대담 = 노삼석 사회1부장 ]
======================================================================
-벌써부터 GEC알스톰 등 프랑스회사들이 공사지연에 따른 배상금 얘기를
흘리고 있는데 무엇때문이라고 생각합니까.
"실제로 알스톰 등 공단과 계약을 맺고 사업을 벌이고 있는 곳에선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습니다.
최근 AFP통신을 인용해 "경부고속철도의 완공시기가 2006년으로 순연돼
프랑스측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란 기사가 "르 피가로" 등 일부 현지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공단은 즉각 기사의 취재원에 대한 해명을 요청해 알스톰사로부터 자사
직원의 발언이 아니라는 공식 해명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다.
공단은 일반적인 계약방식에 따라 사업(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의 변경 및
추가사항에 따라 사업을 지연시키거나 단축시킬 수 있는 권리를 유일하게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공단이 사업을 지연시키더라도 계약을 위반하는게 아니어서
공급자가 위약금을 요구할 권리가 원천적으로 없습니다"
-프랑스 현지언론의 "위약금"(?) 보도는 한마디로 말이 안된다는
얘기입니까.
"그렇습니다.
공단이 사업을 연장시킬 경우 공급자에게 사업 변경통지서를 발행해 주고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을 상호 협의해 여기서 나오는 실비를 공단이 지급하면
그만입니다.
실제로 경주 및 상리터널 문제때문에 국내에서 제작키로 한 34편성의
열차에 대해선 이미 지난해 7월 사업중지 지시를 내린 사례가 있습니다.
알스톰사와의 계약이나 차량 인도작업에도 큰 지장이 없을 겁니다.
내년 4월에 1편성이 도입되고 99년에 나머지 11편성이 들어와도 보관하는
문제를 해결하면 큰 지장은 없을 겁니다"
-올초 프랑스 현지에서 TGV가 운행 중단되는 사건이 발생해 차종에 대한
불신감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동절기 운행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최근 TGV에 일어난 안전사고의 원인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됩니다.
전류방식이 다른 것이 첫번째 문제점이었고 또하나는 전차선 결빙입니다.
결론적으로 경부고속철도는 교류 2만5천V 단일 방식으로 설계돼 프랑스
TGV에 있는 교류.직류 절연구간이 없습니다.
또 전차선 결빙에 대해선 이미 해빙장치가 설계에 반영돼 있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습니다.
영하 35도, 성에두께 40mm, 초속 50m의 돌풍에도 전차선이 견딜 수
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 최장 17개월의 시운전을 통해 각종 성능을
확인 검증하게 되며 국내에서 18개월간 4만km의 시운전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총연장 4백26km중 40%인 터널구간 안전에 대해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경부고속철도 터널은 외부에서 작용하는 모든 힘에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2백40kg/평방cm 강도의 콘크리트 터널내부공사를 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그런데 3백50km속도의 열차가 터널진입시 발생하는 공기압의 변동량은
1만파스칼로 이것을 환산하면 0.1kg/ 평방cm 압력에 불과하므로 2백40kg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입니다.
외국에서도 터널진입시 생기는 공기압은 구조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검증됐습니다.
또 고속주행에 따른 공기압의 크기는 터널 단면적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데 프랑스 TGV보다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TGV 북부선이 최고시속 3백20km에서의 터널 단면적이
1백평방m이나 경부고속철도는 최고시속이 3백km 임에도 장래 속도향상을
감안, 시속 3백50km에도 문제가 없도록 터널 단면적을 1백7평방m로
설계했습니다.
터널구간에 대한 안전우려는 기우로 보셔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중에선 안전을 고려해 최고속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를 바꾼다는 얘기도 나돌던데요.
"말도 안됩니다.
첫단추를 끼울 때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잘못 낀 단추를 확인하고 옷을 고쳐 입고 있는 중입니다.
특히 세계적인 회사들이 설계 시공 감리부문에서 각각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고속철도의 부실은 상상조차할 수 없습니다.
나라가 생기고 처음 하는 공사이니 만큼 예측하지 못한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안심하셔도 됩니다"
-부실진단을 내리고도 시공사의 개선절차, 예컨대 설계를 고치고 이에따라
공사비를 다시 산정하는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시공에 참여하고
있는 건설사들이 볼멘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말까지 설계를 바꾼 부분에 대해 다시 계약을 하도록(계약을
바꾸도록)했으나 일부 업체가 계약하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자신들의 사내 절차때문에 신청하지 못했고 이에따라 공사비산정이 늦어진
경우지요.
올해부터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현장에서 불편해 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고속철도의 건설 주역은 건설회사이기 때문입니다"
-미 WJE사의 안전진단에서 많은 문제점이 확인됐다는데...
사실이라면 결과를 어떤 식으로 공개할 것입니까.
"공단은 지난달 31일 안전진단보고서를 1차 접수받았습니다.
WJE사의 안전점검은 기초부분 교량터널 등 안전에 관한한 모든 부분이
망라돼 있습니다.
이를 포함한 최종 보고서가 접수되면 3월말까지는 보고서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이에따른 대책방안을 수립할 방침입니다.
이 보고서는 부실방지를 뒤로하고 튼실한 공사로 나가는 "이정표"로 삼을
겁니다.
이에따라 4월부터는 공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시공된 공사는 안전하다고 보십니까.
"이미 시공된 부분에 대한 안전성 문제는 WJE사가 실시한 정밀 진단
내용에 따라 완벽한 대책을 마련, 철저히 보완함으로써 모두 해결할
방침입니다.
지금까지 언론이나 국회 등에서 제기한 문제점에 대해 개선방안을 하나
둘씩 마련해 왔듯이 잘못된 점이 확인되면 즉각 보완해 국민들이 정말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신뢰받는 고속철도를 건설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예컨대 콘크리트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공사 현장마다 배처플랜트를
설치해 좋은 레미콘을 공급할 수 있게 된 것도 기실 이런 문제제기
덕택입니다"
-국민들이 왜 고속철도에 대해 불안해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동안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등 대형구조물 붕괴사고가 발생, 국민들의
국내 건설공사에 대한 불만과 불안이 팽배한 가운데 고속철도공사의
문제점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건설인들 조차 우리나라 건설공사를 믿지 못한다는 웃지못할 조사결과도
나오는 상황 아닙니까.
따라서 이런 국민의 불안을 해소할 책임도 공단에 있다고 봅니다.
비온뒤 땅이 굳는다는 고사를 믿어보십시오.
시험선구간을 먼저 건설해 1년6개월간의 충분한 시험운행을 통해 모든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하겠습니다.
기존 스케줄에만 맞추려하는 무리한 정상 운행을 고집하지는 않을
작정입니다.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공단의 역할에 대해 일부 말씀하셨는데 그동안 공단의 역할이 미진했다는
지적도 적지않습니다.
"지난해 3월 부임했는데 실무자들이 구체적인 공사 내용을 모르는 경우도
꽤 있었고 더욱 심각한 것은 사실을 감추려는 분위기도 은연중
깔려있었습니다.
그래서 "미쳐야 산다" "고속철도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직원들을 독려했습니다.
평생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일을 쉽게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구렁이 담넘는 식은 안된다는 입장을 강조했지요.
경부고속철도는 우리나라 건설의 국제경쟁력을 담보하는 중요한
시험대입니다.
잠잘 시간이 따로 있을 수 있나요"
-3월부터는 모든 공구마다 외국감리사가 보조감리가 아닌 주감리자가 돼
공사를 담당하는데 감리단의 교체로 어느정도 안전시공에 대한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십니까.
"현재 시공중인 14개 공구중 4개 공구는 외국감리회사가 주계약자로 감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국내감리업체가 주계약자로 돼 있는 나머지 10개
공구에 대해서는 외국감리업체와 공동계약을 하도록 계약변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앞으로 발주하는 모든 공구에 대해선 외국감리업체가 주계약자가 되고
국내 감리업체는 보조감리를 하도록 할 것입니다.
흔히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은 외국에서는 우수한 시공능력을 인정받으면서도
국내에서는 부실시공의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습니다.
그 주요한 이유중 하나가 국내 감리업체의 감리능력 부족에 있다고들
합니다.
한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완벽한 시공을 위해선 외국감리사의 영입은
부득이한 결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경험적으로 봐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총공사비와 공기 등 전체적인 스케줄은 정확히 언제쯤 나옵니까.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의 총사업비 10조7천4백억원(93년 불변가격)은
지금 상태에선 전혀 지킬 수 없는 수치가 됐습니다.
대전.대구 지하화, 경주경유 노선변경, 상리터널 노선변경 등 여러가지
사업비 변동요인이 발생했습니다.
또한 공기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집단민원 노반설계검증 등을 감안해야
겠지요.
이같은 모든 변수들을 반영해 상반기중 공기와 사업비를 재조정해 발표할
계획입니다"
-김이사장은 부실기업인 한양을 정상화시킨 주역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습니다.
공단에 부임한지 10개월 가까이 됐는데 그동안 어떤 점에 역점을 둬
추진했습니까.
일부에서 너무 고속철도의 내부를 "까발린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고속철도는 비행기 이륙속도보다 빠른 시속 3백km의 빠른 속도로
달립니다.
"안전"말고 달리 내게 맡겨진 과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내가 처음 맞은 우리 현실은 앞서 밝혔지만 만만치 않았습니다.
선진국이 10년 할 것을 1년간 해치우는 꼴이니 안타까울 뿐이지요.
차량이 선정되기 전에 노반공사가 시작됐으며 고속철도 설계 시공 감리
경험이 전혀 없었던 것도 숨길 수 없는 경부고속철도의 이력서입니다.
적당주의 관행에 젖어있는 국내 기술력을 과신했던 점도 그렇고요.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안전입니다.
공단이 상리터널노선을 변경키로 한 것도 완벽한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일부라도 불확실한 요소는 사전에 없애야 한다는 의지에서 나온 결단입니다.
이제와서 무리한 공기단축으로 인한 부실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공기를
재검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늦었지만 모든 문제를 공개하고 이를 개선하는 게 선진사회 아닙니까.
나를 두고 심지어 "일에 미친 사람"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책임지는 자세가 아쉽습니다"
< 정리=남궁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0일자).
오르내리고 있다.
철저한 사전준비없이 서둘러 착공했다는 비판은 이제 진부하다.
터널의 경우 총알같은 속도로 차량이 들어갔다 나올때 엄청난 압력이 작용
하게 되는데 터널구조물 등이 과연 이에 따른 안전성을 확보했느냐 하는
전문적인 물음도 나온다.
최근에는 도입기종인 프랑스의 TGV가 추위에 운행중단된 사례를 들어
도입기종 선정이 잘못되지 않았느냐는 문제제기 등 국민들의 의혹은 깊고
다양하다.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은 지난 92년6월 시험선 구간(천안~대전)을 착공한
이후 지난해 하반기 65%의 공정을 보인 시점에서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안전진단''과 설계 재검토 등이 그 이유이다.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은 오는 3월말까지 안전진단에 대한 평가작업을
마치고 이를 토대로 4월부터 본격적으로 공사가 재개된다.
건설사업이 본궤도에 진입하는 것이다.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집무실에서 경부고속철도 건설의 사령탑인 김한종
고속철도공단 이사장을 만나 불거져있는 국민들의 궁금증에 대한 해소방안을
들어봤다.
[ 대담 = 노삼석 사회1부장 ]
======================================================================
-벌써부터 GEC알스톰 등 프랑스회사들이 공사지연에 따른 배상금 얘기를
흘리고 있는데 무엇때문이라고 생각합니까.
"실제로 알스톰 등 공단과 계약을 맺고 사업을 벌이고 있는 곳에선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습니다.
최근 AFP통신을 인용해 "경부고속철도의 완공시기가 2006년으로 순연돼
프랑스측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란 기사가 "르 피가로" 등 일부 현지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공단은 즉각 기사의 취재원에 대한 해명을 요청해 알스톰사로부터 자사
직원의 발언이 아니라는 공식 해명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다.
공단은 일반적인 계약방식에 따라 사업(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의 변경 및
추가사항에 따라 사업을 지연시키거나 단축시킬 수 있는 권리를 유일하게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공단이 사업을 지연시키더라도 계약을 위반하는게 아니어서
공급자가 위약금을 요구할 권리가 원천적으로 없습니다"
-프랑스 현지언론의 "위약금"(?) 보도는 한마디로 말이 안된다는
얘기입니까.
"그렇습니다.
공단이 사업을 연장시킬 경우 공급자에게 사업 변경통지서를 발행해 주고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을 상호 협의해 여기서 나오는 실비를 공단이 지급하면
그만입니다.
실제로 경주 및 상리터널 문제때문에 국내에서 제작키로 한 34편성의
열차에 대해선 이미 지난해 7월 사업중지 지시를 내린 사례가 있습니다.
알스톰사와의 계약이나 차량 인도작업에도 큰 지장이 없을 겁니다.
내년 4월에 1편성이 도입되고 99년에 나머지 11편성이 들어와도 보관하는
문제를 해결하면 큰 지장은 없을 겁니다"
-올초 프랑스 현지에서 TGV가 운행 중단되는 사건이 발생해 차종에 대한
불신감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동절기 운행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최근 TGV에 일어난 안전사고의 원인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됩니다.
전류방식이 다른 것이 첫번째 문제점이었고 또하나는 전차선 결빙입니다.
결론적으로 경부고속철도는 교류 2만5천V 단일 방식으로 설계돼 프랑스
TGV에 있는 교류.직류 절연구간이 없습니다.
또 전차선 결빙에 대해선 이미 해빙장치가 설계에 반영돼 있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습니다.
영하 35도, 성에두께 40mm, 초속 50m의 돌풍에도 전차선이 견딜 수
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 최장 17개월의 시운전을 통해 각종 성능을
확인 검증하게 되며 국내에서 18개월간 4만km의 시운전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총연장 4백26km중 40%인 터널구간 안전에 대해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경부고속철도 터널은 외부에서 작용하는 모든 힘에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2백40kg/평방cm 강도의 콘크리트 터널내부공사를 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그런데 3백50km속도의 열차가 터널진입시 발생하는 공기압의 변동량은
1만파스칼로 이것을 환산하면 0.1kg/ 평방cm 압력에 불과하므로 2백40kg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입니다.
외국에서도 터널진입시 생기는 공기압은 구조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검증됐습니다.
또 고속주행에 따른 공기압의 크기는 터널 단면적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데 프랑스 TGV보다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TGV 북부선이 최고시속 3백20km에서의 터널 단면적이
1백평방m이나 경부고속철도는 최고시속이 3백km 임에도 장래 속도향상을
감안, 시속 3백50km에도 문제가 없도록 터널 단면적을 1백7평방m로
설계했습니다.
터널구간에 대한 안전우려는 기우로 보셔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중에선 안전을 고려해 최고속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를 바꾼다는 얘기도 나돌던데요.
"말도 안됩니다.
첫단추를 끼울 때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잘못 낀 단추를 확인하고 옷을 고쳐 입고 있는 중입니다.
특히 세계적인 회사들이 설계 시공 감리부문에서 각각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고속철도의 부실은 상상조차할 수 없습니다.
나라가 생기고 처음 하는 공사이니 만큼 예측하지 못한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안심하셔도 됩니다"
-부실진단을 내리고도 시공사의 개선절차, 예컨대 설계를 고치고 이에따라
공사비를 다시 산정하는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시공에 참여하고
있는 건설사들이 볼멘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말까지 설계를 바꾼 부분에 대해 다시 계약을 하도록(계약을
바꾸도록)했으나 일부 업체가 계약하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자신들의 사내 절차때문에 신청하지 못했고 이에따라 공사비산정이 늦어진
경우지요.
올해부터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현장에서 불편해 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고속철도의 건설 주역은 건설회사이기 때문입니다"
-미 WJE사의 안전진단에서 많은 문제점이 확인됐다는데...
사실이라면 결과를 어떤 식으로 공개할 것입니까.
"공단은 지난달 31일 안전진단보고서를 1차 접수받았습니다.
WJE사의 안전점검은 기초부분 교량터널 등 안전에 관한한 모든 부분이
망라돼 있습니다.
이를 포함한 최종 보고서가 접수되면 3월말까지는 보고서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이에따른 대책방안을 수립할 방침입니다.
이 보고서는 부실방지를 뒤로하고 튼실한 공사로 나가는 "이정표"로 삼을
겁니다.
이에따라 4월부터는 공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시공된 공사는 안전하다고 보십니까.
"이미 시공된 부분에 대한 안전성 문제는 WJE사가 실시한 정밀 진단
내용에 따라 완벽한 대책을 마련, 철저히 보완함으로써 모두 해결할
방침입니다.
지금까지 언론이나 국회 등에서 제기한 문제점에 대해 개선방안을 하나
둘씩 마련해 왔듯이 잘못된 점이 확인되면 즉각 보완해 국민들이 정말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신뢰받는 고속철도를 건설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예컨대 콘크리트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공사 현장마다 배처플랜트를
설치해 좋은 레미콘을 공급할 수 있게 된 것도 기실 이런 문제제기
덕택입니다"
-국민들이 왜 고속철도에 대해 불안해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동안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등 대형구조물 붕괴사고가 발생, 국민들의
국내 건설공사에 대한 불만과 불안이 팽배한 가운데 고속철도공사의
문제점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건설인들 조차 우리나라 건설공사를 믿지 못한다는 웃지못할 조사결과도
나오는 상황 아닙니까.
따라서 이런 국민의 불안을 해소할 책임도 공단에 있다고 봅니다.
비온뒤 땅이 굳는다는 고사를 믿어보십시오.
시험선구간을 먼저 건설해 1년6개월간의 충분한 시험운행을 통해 모든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하겠습니다.
기존 스케줄에만 맞추려하는 무리한 정상 운행을 고집하지는 않을
작정입니다.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공단의 역할에 대해 일부 말씀하셨는데 그동안 공단의 역할이 미진했다는
지적도 적지않습니다.
"지난해 3월 부임했는데 실무자들이 구체적인 공사 내용을 모르는 경우도
꽤 있었고 더욱 심각한 것은 사실을 감추려는 분위기도 은연중
깔려있었습니다.
그래서 "미쳐야 산다" "고속철도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직원들을 독려했습니다.
평생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일을 쉽게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구렁이 담넘는 식은 안된다는 입장을 강조했지요.
경부고속철도는 우리나라 건설의 국제경쟁력을 담보하는 중요한
시험대입니다.
잠잘 시간이 따로 있을 수 있나요"
-3월부터는 모든 공구마다 외국감리사가 보조감리가 아닌 주감리자가 돼
공사를 담당하는데 감리단의 교체로 어느정도 안전시공에 대한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십니까.
"현재 시공중인 14개 공구중 4개 공구는 외국감리회사가 주계약자로 감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국내감리업체가 주계약자로 돼 있는 나머지 10개
공구에 대해서는 외국감리업체와 공동계약을 하도록 계약변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앞으로 발주하는 모든 공구에 대해선 외국감리업체가 주계약자가 되고
국내 감리업체는 보조감리를 하도록 할 것입니다.
흔히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은 외국에서는 우수한 시공능력을 인정받으면서도
국내에서는 부실시공의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습니다.
그 주요한 이유중 하나가 국내 감리업체의 감리능력 부족에 있다고들
합니다.
한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완벽한 시공을 위해선 외국감리사의 영입은
부득이한 결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경험적으로 봐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총공사비와 공기 등 전체적인 스케줄은 정확히 언제쯤 나옵니까.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의 총사업비 10조7천4백억원(93년 불변가격)은
지금 상태에선 전혀 지킬 수 없는 수치가 됐습니다.
대전.대구 지하화, 경주경유 노선변경, 상리터널 노선변경 등 여러가지
사업비 변동요인이 발생했습니다.
또한 공기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집단민원 노반설계검증 등을 감안해야
겠지요.
이같은 모든 변수들을 반영해 상반기중 공기와 사업비를 재조정해 발표할
계획입니다"
-김이사장은 부실기업인 한양을 정상화시킨 주역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습니다.
공단에 부임한지 10개월 가까이 됐는데 그동안 어떤 점에 역점을 둬
추진했습니까.
일부에서 너무 고속철도의 내부를 "까발린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고속철도는 비행기 이륙속도보다 빠른 시속 3백km의 빠른 속도로
달립니다.
"안전"말고 달리 내게 맡겨진 과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내가 처음 맞은 우리 현실은 앞서 밝혔지만 만만치 않았습니다.
선진국이 10년 할 것을 1년간 해치우는 꼴이니 안타까울 뿐이지요.
차량이 선정되기 전에 노반공사가 시작됐으며 고속철도 설계 시공 감리
경험이 전혀 없었던 것도 숨길 수 없는 경부고속철도의 이력서입니다.
적당주의 관행에 젖어있는 국내 기술력을 과신했던 점도 그렇고요.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안전입니다.
공단이 상리터널노선을 변경키로 한 것도 완벽한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일부라도 불확실한 요소는 사전에 없애야 한다는 의지에서 나온 결단입니다.
이제와서 무리한 공기단축으로 인한 부실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공기를
재검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늦었지만 모든 문제를 공개하고 이를 개선하는 게 선진사회 아닙니까.
나를 두고 심지어 "일에 미친 사람"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책임지는 자세가 아쉽습니다"
< 정리=남궁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