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한보철강의 위탁경영인이 박득표 전포철사장에서 손근석
포스코개발회장으로 바뀌는등 포철이 경영의 전면에 나선 것과 관련, 정부
차원에서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청와대고위관계자는 "한보철강의 위탁경영인이 바뀐 것은 박전사장이 맡지
않겠다고 고사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박사장이 고사함에 따라 위탁
경영을 맡은 포철이 전면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위탁경영을 맡은 포철입장에서는 박전사장등 박태준
전포철회장라인의 포철OB들보다는 포철의 현경영진이 직접 나서는게
한보철강의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무래도 포철YB들이 포철과의 지원협조문제등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에
위탁경영인을 바꾼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박전사장등 포철OB들은 고로방식의 철강공장운영에는
능통하지만 코렉스방식등 한보철강의 신기술체제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상황에서 정부는 위탁경영인의 교체에 직접 개입할 여유가
없다"며 "위탁경영인 교체를 정부가 TJ라인 제거를 위해 주도했다는 것은
음모적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파악한 대로 포철에서도 코렉스공법이나 미니밀
등의 방식을 갖춘 한보철강이 공장자체로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한것으로
알고 있다"며 "포철의 김만제회장이 3일 한승수경제부총리등을 만난 자리
에서 자신감을 갖고 포철경영진이 직접 맡아보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전사장이 고사한 것과 관련, "TJ를 만나 TJ로부터 맡지
말라는 충고를 들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포철의 김회장도 TJ라인의 포철OB들이 한보철강의
경영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김회장과 박
전회장간의 불화를 위탁경영인 교체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정가주변에서는 박전사장이 한보철강의 사장을, 이대공 전포철부사장
이 부사장을 맡는등 TJ라인의 포철OB들이 다시 철강업계의 전면에 부상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는 설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이들의 전면 부상은 박전회장의 정치적 재기와 직접 관련이 있어 위탁
경영진을 교체, 이를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또 김회장과 박전회장간의 화해가 물건너 간데 따른 인사라는 설도 나오고
있다.

김회장이 처음에 TJ와의 화해제스처로 박전사장을 위탁경영인으로 선정
했으나 TJ가 귀국하면서 정부와 김회장을 비판하자 화해가 물건너 간 것으로
판단, 위탁경영인을 교체키로 했다는 것이다.

김회장과 TJ의 불화에 대해서는 청와대관계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최완수기자>

<>.재경원 임창렬차관은 4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보철강 위탁경영자
가 바뀐 배경과 관련, "최근까지 현직에 있던 사람이 맡아야 책임있는
경영을 할수 있고 또 포철과 연결이 잘 되는 것 아니냐"고 설명.

그는 "박득표 전 포철사장이 코렉스 공법에 경험이 없다는 점도 포철측에서
감안했을 것"이라며 이른바 TJ(박태준)라인 배제설을 일축.

지난 3일 한승수 부총리겸 재경원장관 집무실에서 안광구 통산부장관,
김만제 포철회장등과 열린 한보철강 관련 회의에 참석했던 임차관은 박
전포철사장을 팀장으로한 위탁경영팀이 한보철강 초기평가결과보고서를
이날 회의에 제출했다는 설과 관련, "그같은 서류를 본적도 없다"며 "또한
위탁경영팀이 2조원이 과잉투자됐고 가동되더라도 연간 5천억~6천억원의
적자가 날 것이라고 예견할 정도로 한보철강에 대한 조사를 할 만한 여유와
자료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

다른 관계자는 "김회장이 한보위탁경영에 별 문제가 없고 오히려 자신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코렉스공법상 문제도 포철이 기술적으로 해결할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회의내용 일부를 소개.

<최승욱기자>

<>.안광구 통상산업부 장관은 4일 한보철강 재산보전관리인으로 박득표
전포항제철사장이 거론되다가 손득석 포스코개발회장으로 갑작스럽게 바뀐
배경에 대해 김만제 포철회장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때문이라고 설명.

3일 오후 4시30분부터 한승수 부총리 안장관 김회장 임창렬 재경원차관등
4명이 가진 긴급회의에서 "포철 OB보다는 YB들이 경영 정상화에 유리
하다는게 금융단의 입장"이라는 김회장의 강력한 주장이 받아 들여졌다는
것.

이날 회의에서는 한보철강에 대한 포철 지원인력은 "선포철퇴직 후한보
합류"의 절차를 밟도록 결정했는데 이는 위탁경영에 따른 통상마찰을 피하고
재산보전관리인의 운신폭을 넓히기 위한 조치라고 안장관은 설명.

이번 재산보전관리인 결정은 정치적인 색깔론 외에도 위탁경영을 강력
반대한 포철의 입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

포철측은 지난 일요일 "위탁경영은 못하겠다" "대신 기술지원이나 인력
파견은 가능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통산부에 보낸 것으로 확인.

결국 만약의 사태를 피하려는 포철의 의도가 현직인사의 "선포철퇴직
후한보합류"라는 방안으로 구체화된 셈.

안장관은 향후 소요자금이나 투자가 잘못된 자금규모등이 언급되는 점에
대해 "이날 회의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았으며 선임된 재산보전관리인이
자금은 제대로 투자됐는지, 얼마나 더 필요한지, 사업성은 있는지를 실사
해야 할 것"이라며 "실사결과가 나오면 발표하겠다"고 약속.

<박기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