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볼"에 관한 얘기다.
<>.프로암대회에 처음 출전한 아마추어는 "떨게" 마련이다.
1986년 미쇼다운클래식 프로암대회때 전 NBA스타였던 핫 로드 헌들리는
30여년간 프로골퍼생활을 하고 있는 브루스 크램턴과 프로암대회 파트너가
됐다.
1번홀은 잘 지나갔다.
그러나 "1번홀을 무사히 넘기자" 헌들리의 2번홀 티샷스윙에는
"무지무지한" 힘이 들어갔다.
농구스타의 거대한 덩치로 헌들리가 힘차게 드라이버를 휘두르자
주위에는 거센 휘오리 바람이 일었다.
그러나 그가 친 골프볼은 농구의 드리블과 같았다.
어찌나 볼 밑부분을 깍아 쳤던지 통통 튀며 3-4m 굴러가던 볼은
마치 당구공과 같이 백스핀을 먹고 뒤로 굴러왔다.
볼은 다시 헌들리의 발밑에 있었다.
얼굴이 벌겋게 된 헌들리는 스푼을 뽑아 들었다.
그는 다시 "세상에서 가장 힘차게" 스윙했다.
이번엔 "기막히게" 볼 윗부분을 살짝 건드렸다.
볼은 겨우 티마커 근처까지만 2-3m 굴러갔다.
클라이맥스는 그의 세번째 샷.
그가 어떻게 그렇게 기상천외한 샷을 쳤는지 모르지만 볼은 수직으로
하늘을 향해 솟았다.
볼은 10m 쯤 떴다.
농구선수는 떨어지는 볼을 잡아야 하는 법.
헌들리는 점잖게 그 볼을 손바닥으로 "리바운드"했다.
그리고 유유히 페어웨이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소리 좋고, 느낌도 좋아서 내 눈은 페어웨이 한 복판을 쫓아 나갔다.
그런데 위를 보니 볼이 하나 떨어지고 있었다.
난 "이게 웬 볼이지" 하며 그 볼을 받은 것 뿐이다"
헌들리는 그가 받은 볼이 자신의 볼인지 몰랐던 것.
헌들리의 모습을 보고 3일 밤낮을 웃었다는 크램턴은 "일생을 연습해도
그같은 트릭 샷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참고로 헌들리의 핸디캡은 18이었다.
<>.1973년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힐튼헤드에서 열린 씨 파인스 헤리티지
클래식대회에서 헤일 어윈은 그가 친 볼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볼은 관중쪽으로 날랐는데 가서 아무리 찾아도 볼은 오리무중이었다.
어윈은 경기위원인 클라이드 매넘과 상의, 로스트 볼을 선언하려 했다.
그때 두 뺨이 붉게 상기된 20대 후반의 여성이 다가와 수줍은듯 말했다.
"저 볼이 말이죠. 여기 있는 것 같아요"
그녀가 가리킨 곳은 자신의 가슴이었다.
볼은 어딘가에 맞고 튀어 오른 후 그녀 가슴 윗부분 가운데로 정확히
타고 내려가 결국엔 그녀 브래지어속으로 안착한 것.
규칙상으로는 볼을 꺼내 드롭하면 됐다.
그러나 만인이 주목하고 있는데 손을 넣어 볼을 꺼낼 여자가 과연
있겠는가.
그녀는 그 말만을 하고는 종종 걸음을 치며 사라졌다.
분명한건 다음이다.
첫째 그녀의 가슴이 아주 컸을 것이고 당연히 그 사이도 깊었을 것이다.
둘째 어윈의 골프 볼은 세상에서 가장 팔자 좋은 골프 볼이었다.
< 김흥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