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학진학의 지름길로 여겨졌던 서울 강남 8학군 고등학교에 대한
인기가 사라졌다.

서울시교육청은 31일 97학년도 일반계 주간고(인문계고)합격자에 대한
고교배정 결과 강남 8학군(강남.서초.송파.강동구)은 남학생의 경우 정원
1만6천6백85명에 오히려 1백35명이 모자라 전원 수용됐다고 발표했다.

여학생은 4백50명이 넘쳤으나 인접지역인 방배.반포동 소재 세화.서문.
동덕여고에 각각 배정됐다.

1백35명이 모자란 남학생은 인근 9학군에서 충원했다.

이에따라 "8학군 열풍"으로 지난 87년부터 거주기간이 긴 순서로 8학군에
진학시키던 거주기간 적용제도가 10년만에 사실상 폐지됐다.

또 매년 거주지인 강남에 배정을 못받고 강북으로 강제 배정되던 학생
(작년 9백55명)이 한 명도 없게 됐다.

이같은 현상에대해 서울시교육청관계자는 대학입시에서 본고사가 폐지되고
내신성적 비율이 높아지면서 8학군이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는 학부모
들의 계산에 따라 8학군 이탈자가 급증한 것이 큰 요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8학군내 학생 2백28명이 도심의 공동학군 학교에 지원해간 점이
"탈8학군 현상"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9학군의 중대부고 및 중대부여고가 남녀공학으로 통합,
8학군으로 편입되는 등 8학군내 학생정원수가 증가한 것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8학군 열병"으로 93년에는 강남 서초의 경우 거주기간 적용
대상자의 전입시점이 무려 44개월이나 됐으며 94년에는 2천2백여명, 95년
1천7백58명, 지난해 5백23명이 타학군으로 쫓겨나는 신세가 됐었다.

또 학부모들의 8학군 선호사상으로 "현대판 맹모"라는 말까지 낳았으며
위장 전입자를 무수히 양산, 서울 중등교육의 가장 큰 골치거리중 하나였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