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21일 여야영수회담에서 노동관계법을 재개정할수 있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노동법문제는 다시 정치권으로 넘어가게 됐다.

여야는 특히 김대통령이 노동계가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복수노조설립
3년유예조항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노동법문제를
매듭지을수 있는 중대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보고 후속조치를 강구중이다.

그러나 여야간의 대화가 본격화되기까지는 개정된 노동법의 무효화를
전제로 하지 않은데 대한 야권의 반발로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국당은 이날 회담으로 일단 대화의 장을 마련할수 있는 계기가 마련
됐다고 보고 설연휴 직후에 임시 국회를 소집한다는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시국회가 열리면 노동관계법과 함께 제도개선특위의 미합의사항과
방송법등을 함께 처리한다는 방침도 정해놓은 상태다.

그러나 영수회담결과에 대해 자민련이 강한 불만을 표명하고 일부진전을
시인했던 국민회의도 "무효화"전제가 충족되지 않는한 국회에서의 논의는
있을수 없다며 강경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어 임시국회의 소집이나
운영이 원만하게 진행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노동계가 오는2월18일 이전에 정치권이 노동관계법을 재심의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경우 야권도 결국은 국회에서의 재심의에
응하지 않을수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여야 협상이 잘 될 경우 임시국회는 설연휴가 끝나는 2월10일께 소집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임시국회가 일단 소집될경우 노동법처리는 우선 노동계와 사용자 정부
관계자등이 모두 참여하는 공청회를 여는 수순을 밟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야당안이 나오지않은 상황이어서 구체적으로
말할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일단 국회에서 노동법문제를 논의하게 되면
우선 공청회를 열게 될것"이라면서 "노개위식으로 운영될수밖에 없을것"
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노동법문제는 개정의 절차나 내용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이로 국회에서 순탄히 처리될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월중 임시국회가 소집되더라도 여야는 우선 "변칙처리"된 문제의 11개
법률의 무효여부를 놓고 한바탕 설전을 벌일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은 "단독처리지만 합법처리"임을 강조하면서 "기정사실화"를 고수하고
있고 야권은 이날 영수회담에서 김대중 김종필총재가 강조했듯이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법리공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야 어느쪽도 "기세싸움"에서 밀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정작 문제는 노동법에 대해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할수 있을지 또 개정된
법률이 시행되는 오는 3월1일이전에 합의안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갈수
있을지가 극히 불투명하다는데 있다.

신한국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국회논의과정에서 설사 복수노조설립 3년
유예조항을 삭제하거나 유예기간을 줄이더라도 노동계에서는 변형근로제와
대체근로제, 심지어 무노동.무임금까지도 추가로 폐지하라고 나올 것이
예상된다"면서 "이같은 상황이 전개될 경우 합의안도출은 기대하기 어렵다"
고 못박았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야권도 단일화된 대안을 제시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국회논의과정이 장기화될 공산이 짙으며 이경우 자칫 노동법개정문제는
표류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따라 신한국당은 야권과의 대화를 계속 추진하면서 국회논의에 대비,
다각적인 협상안을 강구중이다.

이와관련, 한관계자는 "가능한한 노동법의 골격을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재개정의 기준을 국제자유노련등의 국제적 관행과 수준에 맞춰 복수노조설립
유예조항을 양보하는대신 정리해고제 요건을 현행보다 대폭 완화하는 방안도
강구될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실무차원에서는 국회논의가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해 근로자지원
특별법과 시행령등 보완작업을 빠르면 이달중에 매듭짓고 현행 개정법을
당초 예정대로 3월1일부터 시행하는 복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져 여야간
절충결과가 주목된다.

< 문희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