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네마리 용"의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서구 경제학자
들의 전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그들은 70년대이후 한국경제가 이루어낸 고도성장은 기적도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60년대 갈곳을 찾아 헤매던 국제자본이 양질의 노동력을 갖춘 동아시아
4국에 상륙했고, 이 지역의 풍부하고 근면한 노동력이 이에 달라붙어 "뼈
빠지게"일한 결과 양적 성장을 이루었을 뿐이라고 한다.
최대의 자본과 노동을 쏟아부어 이룩한 동아시아의 경제성장은 이제 한계
에 다다랐으며, 기술축적도 해놓은 것이 없는 현실에서 이들나라 경제의
앞날은 깜깜하다는 것이 그들의 진단이다.
새해를 맞아 각 기업총수들은 "저효율 고비용구조"청산을 힘주어 외치고
있다.
그들이 지적하는 저효율 고비용이란 한마디로 노동생산성을 지목한 것이다.
너무 많은 인력이 너무 낮은 효율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인원정리가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새로운 노동법은 이를 합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경영상의 "절박한"필요가 있을 때 정리해고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저효율의 원인을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70년대 고도성장을 이끌어 온 것은 대거 도입된 외국자본과 한국 근로자
들의 철인적인 헌신이었다.
그후 근로시간이나 임금 등 많은 면에서 조건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일 많이 하는 나라중의 하나이다.
그런데도 노동생산성이 낮다면 그 원인을 기술축적의 미비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낮은 노동생산성을 탓하기전에 80년대 <>국제원자재 가격하락, <>국제
금융의 저리 <>국제유가의 저가 등 3저의 호조건에서 기술개발에 투자하기
보다 정경유착이니 부동산투기로 쉽게 돈을 벌었던 기업자신에 대한 뼈저린
반성이 아쉬운 시점이다.
이 시점에서 한국경제를 다시한번 도약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동력은
뭐니뭐니해도 노사화합이다.
정부가 내건 슬로건처럼 다시 한마음이 되어 위기극복을 위해 뛸 때만이
길이 열린다.
그러나 "필요없는"사람은 잘라내고, 나머지 근로자들을 공포심 때문에
복종하게 하는 철혈경영으로 과연 근로자들의 자발적 의욕을 끌어낼 수
있을까.
손발이 맞아도 넘어갈까 말까한 경제위기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사간의
극한 대립은 더욱 어두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게 만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1일자).